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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7 우리를 완성에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어주는 ‘인간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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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의 가야읍내는 인구 1만7천의 작은 마을의 전형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외 버스 터미널에 가보면 행선지가 읍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이것이 읍내라는 지명을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읍의 중심지를 얘기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여간 그 곳에는 읍내라는 표지판을 한 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그 곳을 가게 되는 이유는 내가 관계하는 회사 간의 거래 때문이다. 그 곳에는 트라이얼 코리아의 1호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트라이얼 코리아는 일본 큐슈지방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슈퍼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트라이얼의 한국 합작 법인이다. 유통업이라기 보다는 점포개발업이라 불려야 할 정도로 취약한 경남 지역의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다. 주변 경쟁업체들이 새로운 점포의 개점과 반짝 매출 이후 하강 커브라는 추세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양적 배 불리기에 급급할 때, 이 트라이얼의 함안점은 개점 이 후 지속적이며 획기적인 매출 성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이 작은 도시에서 이루어 내고 있다. 가격과 품질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고객에게 보여주어 확실한 신뢰를 만들어 냈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업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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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은 일본 본사의 선진적이며 효율적인 운영 노하우와 고객을 위한 획기적인 가격 정책 등의 사업 전략과 철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이면에 이러한 것들을 더욱 완성시키고 확실하게 하는 강력한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꼈다.

 

평소 내가 좋아하고 즐겨 쓰는 글귀 중에풍요로움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최적화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부는 혁신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이 뜻하는 바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무한 경쟁의 시대에 진정 성공하는 소수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그냥 잘 한다는 것만 가지고 되지 않는 다는 말일 수도 있다. 탁월해야 한다는 얘기다. 탁월함이라는 건 단지 더 나은 것이 아니고 훨씬 뛰어나야 하는 것이다. 트라이얼 함안점은 탁월함의 길을 향해 조용하지만 차근차근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러한 맥락에서 느낀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이 혹시 인간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우리는 성장기 학연과 지연 중심의 인간관계를 겪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사적이라기 보다는 공적이며 업무적인 관계인 2차적 인간관계에 주로 둘러싸여 살게 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거나 잘 나간다는 사람을 보면 소위 까칠하다던지 아니면 깔끔하지만 냉랭한 매너에 빠진, 즉 1차적 인간 관계에서 필요한 덕목이 결핍된 인간상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의 성장이 궁극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물론 성장이나 성공이라는 단어도 정의 내리기 나름이고 각자 기준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성장에도 수준이 있다고 본다. 진정으로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은 단지 일을 성공적으로 잘 처리하고 매너가 좋은 것만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권위와 존경도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고 주변에서 그에게 만들어 주듯이 말이다. 스스로 만들어 내는 성공은 작을 수 밖에 없고 주변 환경이 만들어 주는 성공의 기하급수적인 것을 절대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미가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한다. 가식적이지 않으며 이타적인 인간미야 말로 우리가 타인과 부대끼며 사는 사회에서 빛과 같은 존재요 윤활유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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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라이얼 코리아 함안 지점에 물건을 납품하러 갔다가 제품 표기 미비의 하자를 예기치 않게 겪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그 날 납품이 이루어진 제품 전체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스티커를 다시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무조건 납품자가 잘못한 일이고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었지만 트라이얼 코리아 측은 일단 문제를 해결해서 신속히 납품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적극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 주었다. 매장에서 일하는 계약직 아주머니들께 일정 시급을 드리기로 하여 지원을 받아 필요 작업을 야간에 즉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운영 관리가 잘 되고 문제 대응이 잘 이루어지는 기업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것 자체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일을 해주시는 계약직 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능숙함 뒤에는 오랜 경륜이 있는 것 같았다. 베테랑 같은 여유로운 모습과 애정 어린 눈빛의 프로 근성 같은 것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이란 말인가?

시간이 지나 당초 작업하기로 한 6시간인 밤 12시가 넘을 것 같아 너무 무리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밤 10시가 지나며 나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였다. 관리자 급 분들이 갑자기 그 작업 자리에 합류를 하는 것이었다. 나무젓가락 같은 작은 제품에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야 하는 단순 작업이 이루어지는 야심한 시각, 관리자가 스스럼 없이 그 자리에 합류한다는 것이 도무지 어색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일단 내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은 일 자체의 도움보다는 대화를 하거나 그 자리를 독려하는 정도다. 그러나 그 자리에 합류한 관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팔 걷어 붙이고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달려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일의 도움을 받은 나의 입장에서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라 그저 좋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밤 1시 그 작업이 끝날 때까지 내게 다가온 신선한 그 모습은 그저 고마운 마음 이상의 것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 관리자 분들은 단지 독려하는 것이 아니었다. 똑같이 일을 하며 아주머니들 사이의 스스럼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훈훈한 인정을 쏟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일방적 전달식 교육이나 형식적 면담 같은 것과는 비교나 되겠는가? 그것은 절대 인위적이거나 꾸밀 수 없는 따스한 인간미였다. 열대야에 고생스럽게 지속된 밤 작업이 그토록 화기애애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자리에서 이루어질 수가 있을까? 이 모든 것이 비록 아르바이트일지라도 개점 초기부터 수년간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 아닐까? 잘 준비된 깔끔한 매너와 가식 없는 인간미의 차이가 여기에서 나온다. 매너는 매너에서 끝나는 것이다. 결코 활짝 열린 따스한 가슴이 주는 인간미를 흉내 낼 수도 따라갈 수도 없는 것이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기반에서 움직여 가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운영하는 시스템과 기법, 노하우, 방침 등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궁극적인 차별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 중 하나가 인간미라고 본다. 트라이얼 함안점의 기록적인 성공의 배경에는 그것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 날 밤 나는 그것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간미만 가지고는 기업이 본연의 활동을 할 수는 없으며 하물며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화룡점정이라고 했던가? 승천하는 용의 눈동자가 되어 기업이 그 경쟁력을 갖출 요소를 다 갖추었더라도 그것을 강화하고 촉진시키고 더 나아가 유지하는 촉매 역할을 인간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정과 성공을 위해 제로섬 게임에 입각한 타인에 대한 평가 절하와 나 자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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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없으면 다른 이들은 개의치 않겠다는 냉랭한 이기주의를 잘 교육된 에티켓으로 포장하고 문제 없다는 듯 무감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이들이 주변에 한 둘 이던가? 나는 줄곧 유사한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의 파트너가 스스로의 실수나 관리 부재로 문제가 생긴 상황을 내가 아니면 우리 측이 떠맡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보았다. 한 밤 중에 마주대한 상황에 나는 상대에 대해 진정한 배려와 관심을 얼마나 가지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 고생이 많으시다고 미소를 지어주는 가식적 에티켓 이상의 것이 나올 수 있을까? 게다가 인간미는 단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잘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한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이 가난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작은 성공이라는 굴레에 가두고 영영 그 이상의 더 큰 무엇으로 접근 못하게 하는 한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직이나 개인에게나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한 다른 사람에 대한 꾸미지 않은 따스한 관심과 접근만큼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주는 성장 동력은 없다. 비록 함안의 창고 구석에서 땀에 절어 모기에 쏘여가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깨달음을 얻는 값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by d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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