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11/16 <맛집> 다슬기국 - 밀양 상동면 진아식당 (2)
  2. 2007/11/07 <서평> 시크릿; The Secret
  3. 2007/11/04 <사진> 단풍의 계절 .. 막바지 아쉬움
  4. 2007/11/02 <서평&영화이야기>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1)

<맛집> 다슬기국 - 밀양 상동면 진아식당

일상의 발견 2007/11/16 21:35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대구에 내려갔다가 밀양을 들릴 일이 있었다. 대구-부산간의 민자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밀양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깊은 산골이었던 것 같다. 얼음골, 표충사가 유명하고 사자평 억새밭을 가고픈 등산객 들에게나 가끔씩 회자되는 곳.

이곳을 지나치다 보니 밀양 영화 촬영지라고 소개되는 백년 넘은 울창한 소나무 숲도 눈에 띈다. 밀양과 청도의 경계 지점에 작은 시골 기차역이 있고 그 주변이 적은 가구의 동네가 형성 되어 있는 마을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동면이다.

거기에 오늘 내가 소개하고 픈 맛집 '진아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인 올갱이나 올뱅이로 잘 알려졌지만 표준말로는 다슬기의 맛집이 거기 있다. 본디 충청도에서 많이 먹어 된장국 구수하게 푼 충청도 스타일의 올갱이국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남도 지방 역시 지리산 자락이나 섬진강을 중심으로 이의 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동인지 고둥인지 또는 그 독특한 발음인 고디라는 말을 쓰는데 밀양에가니 고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진아식당은 오래된시골 길가 점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주차장은 바로 옆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 좁고 길 건너 기차역 앞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편하다. 고즈넉한 시골 기차역 전 모과나무에 탐스런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동네 강아지가 식료품점 주인 아저씨 앞에서 재롱을 떠는 정겨운 모습을 보며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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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 들어가 함께 갔던 일행들과 고동국과 고동회를 시켰다.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 서초동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꿈을 키워가던 시절 사무실 건너편 충청도식 올갱이해장국 집에 자주 드나들며 투박한 이 요리를 즐겨 먹던 기억이 난다. 숙취 후 따스한 국물로 속을 가라앉히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 후 수년 전 소백산 등산을 위해 단양에 들렀다가 올갱이 해장국을 시켜 놓고 잔뜩 기대한 뒤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다슬기 특유의 향기와 고소한 그 예전의 맛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다슬기의 모양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맛도 느낌도 나지 않은 그 기억이다. 아무래도 중국산으로 냉동 가공되어 들어온 다슬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요새는 시골이 더하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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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진아식당은 그 작고 보잘 것 없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때문인지 쉴새 없이 손님이 들고 나갔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 들이 많았다. 여기는 수입산을 쓸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고동회가 먼저 나왔다. 다슬기를 삶아 무친 것이니까 말이 회이지 사실은 무침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하나를 들어 먹어 보았다. 오동통한 다슬기 살이 입에 씹히면서 삶아서 깐지 얼마 되지 않은 다슬기의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오래 전 여름밤 가족이 둘러 앉아 이쑤시개 며 바늘이며 들고 앉아 까먹던 그 맛이 기억난다. 다슬기 요리가 비싼 이유는 이러한 다슬기가 요즘 급속히 줄어 잡기도 힘든 데다가 바로 이렇게 까야 하는 공임값이 더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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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먹고 있으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슬기 삶은 물이라고 하며 컵에 푸른 빛이 도는 물을 주고 간다. 간에 좋고 약으로 다려 먹는 거라는 말에 단숨에 들이켰다. 별 맛은 없었고 그냥 심심하면서 끈끈한 그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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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고동국이 나왔다. 일단 된장을 전혀 쓰지 않아 충청도 식과는 전혀 달랐다. 부추와 콩, 들깨 같은 걸 쓴 것처럼 느껴져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에 고소한 뒷맛이 느껴진다. 처음 느낌은 너무 부드러워 오히려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한숟갈씩 먹다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쳐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마지막 한 숟갈을 아쉽게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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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청도, 밀양을 한 번 다녀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청도의 지천으로 널린 감나무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풍성한 마음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감을 그자리에서 따서 파는 걸 사는 재미도 추가 보너스다. 그리고 밀양으로 넘어와 그야말로 향토색 진한 맛과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고동국을 먹는 것도 즐거움을 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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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크릿; The Secret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7/11/0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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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나치며 돌아본 대부분의 서점, 전문 서점에서 마트,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라있는 책은 시크릿이다. 작은 땅 덩어리의 우리나라다운 모습인지 떴다 하면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인 비밀이라는 말이 좀 무색하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읽고 있다면 무수히 많은 이들이 아는 비밀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의 디자인이 워낙 묘하게 요염한 자태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요즘 베스트 셀러 필수 키워드의 하나인 부와 성공의 얘기이니 제대로 시기를 타고 난 베스트 셀러라고 할 것이다.

 

서점에서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집어 들었다.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앞서서 오히려 반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알고 동참하고픈 욕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시크릿을 사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야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에서 본 월레스 와틀스의 부자학을 권한 당사자가 시크릿의 저자인 론다 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을 다시 펴보고서야 거기에 애초에 론다 번이 이 시크릿의 이야기도 함께한 것을 알았다. 결국 절판된 부자학을 어렵사리 사서 들고 있던 내가 묘하다고 생각했던 시크릿과의 그 연결 고리는 본디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 기억 못하고 스스로 신기해 하는)

 

이 책은 나를 둘러싼 세상에 고주파의 에너지를 내보내며 내가 생각한 것을 끌어 들이는 것이 바로 그 비밀이라고 하는 생소한 개념부터 시작한다. 대단한 비밀이라면 좀 감추다가 얘기가 나오겠거니 하는 나의 통념을 깨고 첫 도입부에서 그 비밀을 바로 내놓고 책의 스토리는 전개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부분을 좀 읽다가 무슨 생경한 말일까 싶어 책을 덮어 두었었다.

 

그런데, 10월들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일들이 겹쳐 터지면서 소위 마음의 고생을 하고 있던 터에 책상에 다른 읽다만 책들과 함께 꽂힌 그 책에 은근히 다시 눈길이 갔다. 도대체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던 그 진정한 비결이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본격적으로 읽어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고 책을 들었다.

 

일단 나는 거부감을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먼저 먹었다. 그리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접근해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한마디로 긍정적 사고에 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접근법은 매우 설득력 있고 강렬하다. 그리고 긍정의 힘을 구체적으로 나의 내면에 만들어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끌어 당김의 법칙으로 나에게 실현되어 나타난다. 끌어 당김의 법칙은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이 우주가 나의 생각을 알아서 구현해주는 것이다. 긍정 부정에 관계없이 나에게 끌려오기 때문에 불안함, 공포심 등 부정적인 생각도 무조건 끌려온다. 그러므로 좋은 생각만 하라 그러면 이루어 진다.>

 

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멋진 말인가? 지금까지 긍정의 힘에 대한 무수히 많은 얘기와 은유, 우화를 들어왔지만 이처럼 나를 강하게 자극하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나의 삶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사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습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끊임없이 습관을 만들어내고 습관에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습관은 삶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좋은 습관의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나의 생각 속에서 부정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몰아내야 겠다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진 것이다. 내가 뭔가 화가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 마음 속에 우주의 거대한 램프 요정 지니가 '네 주인님 그 불안함을 더욱 확실히 끌어 당겨서 가져다 드리지요' 하는 상상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것만으로 난 이책의 위대함을 십분 느꼈다고 할 것이다. 이외에도 긍정적 끌어 당김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각종 요령, 도움되는 얘기들이 사례와 함께 이어진다.

내 마음 속에 무수히 명멸하는 그 많은 생각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면서 그게 도대체 긍정인지 부정인지를 판정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이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보면 쉽게 판정내릴 수 있다고 하는 말도 매우 공감이 갔다. 또한 긍정적 생각을 쉽게 만들어 내는 좋은 방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좋은 상상을 그림 그리듯하며 정적인 것보다 동적으로 하라는 지침도 좋은 얘기이다.

인간관계에서 긍정적 끌어 당김의 시작은 자신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고 부는 세상이 충분히 풍요로와서 누구나 그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것, 건강은 웃음에서 끌어 당겨지기 시작한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게 들어왔던 말이지만 새삼스러웠다.

 

또한, 저항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저항한다는 것은 그것을 부정적인 생각으로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더 키우게 된다는 얘기다. 즉, 그 무언가가 싫어서 저항하지만 그 저항하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그 무언가가 더 당겨져 오는 역설적인 상황을 세상을 사는 지혜로서 뛰어넘어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이처럼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얘기를 신선하게 설득력 있게 아주 잘 썼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참 잘 쓴 책이다. 난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되면 DVD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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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은 나름대로 이러한 분야의 인물들의 얘기들을 정리하고 집대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월레스 D. 와틀스부자학찰스 헤넬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있는 같은 계보의 책이다. 나는 시크릿보다 부자학을 먼저 샀었고 마스터키 또한 사서 읽고 있다. 매우 비슷한 내용으로서 시크릿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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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 와틀스의 부자학; The science of getting rich은 시크릿에 비해 다소 개념적이며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어 처음 그 책을 읽는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시크릿을 읽기 이전에 부자학을 읽다가 개념이 잘 와 닿지 않아 중단했는데 시크릿을 읽고 다시 읽기 시작해 훨씬 명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끌어 당김의 개념을 우주에 가득찬 물질을 우리의 생각을 투사하여 형상화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결국 같은 것같다. 이 책에서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은 부정적 생각을 아예 접하지도 말고 멀리하라는 것이며 심지어 부자학에서 가르치는 개념에대해 회의감을 가질 수 있는 어떠한 것도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성실한 일상에 적용시킬 때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암시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시크릿을 먼저 읽은 다음 읽기를 권한다. 훨씬 받아들이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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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넓게 보아서 이러한 자기 암시와 삶의 태도 개선을 통해 성공과 부를 향한 마음을 고취하는 분야를 성공학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책들 중 태두라 할만한 책인 '프랭클린 자서전'이나 수년 전 화제가 되었던 앤서니 로빈스의 '네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나 영원한 고전인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을위한 일곱가지 습관' 등을 읽었다. 모두 다 나의 영감을 자극하고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 책이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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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이러한 성공학 분야를 나름대로 계보까지 분석한 책도 있다. 살림지식총서의 69번째 시리즈인 성공학의 역사는 물론 약간 다른 관점의 책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것을 가볍게 한 번 둘러 보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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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단풍의 계절 .. 막바지 아쉬움

무제 2007/11/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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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예외 없이 언제나 그렇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 갈 길을 가는 것 같다.
양평에 갔다가 약속 시간이 남아 본의아니게 평일 오전을 머물며 시간을 잠시 보낼 수 있었는데..
불타는 듯한 단풍의 모습이 늦가을을 아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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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영화이야기>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7/11/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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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빠귀 새인지 앵무새인지 사전을 찾아보니 흉내지빠귀새라고 나온다. 흉내를 잘 내는 새인가? 하여간 소설에서는 농부들에게 해를 잘 입히지 않는 착한?새로 나온다. 적게 먹나 보다. 책을 번역한 저자가 제목을 정하면서 앵무새로 한 것 같은데 어색한 느낌의 지빠귀새 죽이기 라는 제목보다 자연스러운 이름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수십년 전에 영화를 개봉했을 당시에는 그러한 파격적 제목이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고 알라바마 이야기라는 엉뚱한 제목이 탄생한 것 같다.

DVD는 이전 나의 블로그에서 얘기했다시피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되어 보게 되었다. 이류, 삼류의 저급한 영화가 아니길 바라며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예상과 달리 오래 전의 그레고리 펙 주연의 흑백 영화라는 것을 알고 너무 기대가 되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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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터넷에서 DVD를 구매하려 하니 들어가는 사이트마다 모두다 절판이라는 내용만 올라있었다. 하는 수 없이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구하려고 해봤으나 역시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제품이 입고 되었는지 재고가 있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바로 주문했고 지난 주 주말 밤 늦은 시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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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www.britannica.com/eb/art/print?id=71368&articleTypeId=61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내용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기에 주인공인 애티커스를 그레고리 펙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할 까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1962년 작 흑백필름으로 제작되어 옛날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영화인데다 1930년대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인종차별에 저항하여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라 아주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야기의 구성을 플롯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흑백 차별의 사회적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선량한 흑인과 이의 원인을 제공한 악한 백인이 결국 응징을 받게 되고 이를 묵인하는 사회적 용납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물론 절묘한 스토리의 매력보다도 애티커스와 그 딸 스카우트를 따라가는 재미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오프닝이라고 하던가? 하여간 시작 부분이 아름답게 처리되어 그 부분만 좋아하는 분들이 생겨날 정도다. 흑백 필름 속에 떠오르는 장난감 상자, 과연 그것만으로 하나의 작품 같다.


윤동주의 시 구절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자신이 되고자 한 애티커스. 윤동주의 미니멀한 시적 표현도 좋지만 자신이 믿음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면 나는 앞으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직설적이고 소박한 표현이 너무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부 래들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부분에서 결국 책의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라는 은유를 말하며 지나치게 원칙에 집착하면 선의의 뜻에서 그렇게 한 그를 다치게 할 것이라며 그것이 결국 아무 죄 없는 앵무새 죽이기와 마찬가지라는 주인공 스카우트의 얘기 장면도, 그리고 그와함께 애티커스가 어린 딸 스카우트를 안아주며 쓰다듬는 따스함과 수긍의 모습이 그렇게 따스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 당시의 영화가 그랬을 것 같지만 원작에 매우 충실한 영화다. 영화적으로 필요한 정수만을 골라내어 잘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전개나 표현이 다소 정적이긴 하지만 이는 그 시절 영화의 불가피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는 너무도 좋았다. 그레고리 펙이 아니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라고 한다. 그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그레고리 펙이 자신의 숱한 출연 작들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영화라고도 했다고 한다. DVD의 보너스 트랙에서 인터뷰 부분에 다소 애매하게 나오긴 하지
만 말이다.
그리고 부 래들리를 연기하여 후반부 대사도 없이 나온 로버트 듀발의 젊고 앳띤 모습도 신선했다. 그 당시 그의 모습에서 '지옥의 묵시록'에 빗발치는 폭탄 사이에 웃통을 벗어젓힌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연기자로서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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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좌); http://www.childstarlets.com/lobby/bios/mary_badham2.html
사진출처(우); retrocrush.buzznet.com/scary/98.html

또 한 장의 보너스 트랙에서 스카우트 역을 맡았던 여배우 Mary badham이 1999년 인터뷰한 장면이 나오는데 중년으로 접어든 여배우의 잔잔한 세월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레고리 펙은 애티커스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의 됨됨이와 평소 모습은 충분히 존경 받을 수 있는 정의롭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실제 생활 속에서도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그레고리 펙을 평생 이 영화의 아버지 이름인 애티커스라고 하며 아버지라 불렀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그레고리 펙이 갑자기 좋아졌다. 2003년 에 사망한 그의 생전 모습, 노년에 각종 강연을 다니며 인터뷰한 생전 모습을 보너스 트랙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되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DV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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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예전에 사 놓고 읽지 않았던 1992년판 앵무새 죽이기 책을 책꽂이를 뒤져 어렵사리 찾아냈다.

그 감흥을 되새기며 페이지를 주르륵 넘겨 보았다. 과연 결정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번역되어 쓰여져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앞섰다.








애티커스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부분은 충실히 잘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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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의 제목이 언급되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 스카우트가 부 래들리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은 좀 어설프게 번역된 것 같다.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 그런 종류였지요 라는 말이 내 개인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 와닿는 말이 아닌 것만 같다. 만일 이런 저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처음 읽는 다면 그 감흥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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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번역이 중요한 것 같다. 절판된 1992년판이 그러면 최근에 다시 나온 판에는 더 나은 번역이 있을 지 모르겠다.

 

하여간 앵무새 죽이기와 같이 내가 여러 번 곱씹으며 이러저러한 디테일들을 찾아 비교하고 생각해 본 건 참으로 오래 간만이었고 모처럼 느끼는 재미와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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