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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일상의 발견 2008/12/30 22:04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갔을 때 두어번 듣고 많이 당황했던 말이다.

한번은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
십여년전 신림동의 과일과즙을 인공 조미료 대신 넣는다는 인기있는 함흥냉면 집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드나들던 냉면집이라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집이었다. 대여섯명 정도로 기억되는 일행이 함께 갔었고 모두들 냉면의 지존이라고 자신했고 나역시 내심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앉았다.
나는 양이 얼마안되는 함흥냉면 물냉면을 순식간에 거의 다 비워가고 있었는데...
함께 간 일행 중 몇이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며 맛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맛만 있구만.. 까다롭기는..' 하고 있던 참에 결국 종업원을 부르게 되었고,
잠시후 주방에서 주방장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나와 육수를 들고 마셔보기에 이르렀다.
대답은 아뿔싸!
"아이구 손님 죄송합니다. 중요한 양념 육수가 빠졌네요. 다시 만들어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거의 다 비운 냉면을 겸연쩍게 되물리고 한 그릇 서비스로 더 받아 먹었다.

또 한번은 얼마전 일명 별다방(스타벅스),
요즘 내가 그곳에 가면 즐겨시켜 마시는 건 블랙티 라떼다.
약속이 있어 모처럼 스타벅스에 들어갔고 약간 먼저 도착한 나는 나의 즐겨찾는 블랙티 라떼를 시켜들고 이층 창가에 앉아 책 한쪽이라도 우아하게 펴볼 요량으로 주문을 했다.
주문할 때면 의례 환경을 생각하는 투사?가 되어 경건한 눈빛으로 머그컵이요!를 외치던 나는 예쁜 크리스마스 빨간 종이컵에 끌려 아무 미련없이 투사의 자리를 벗어 던져 버리고 빨간 일회용 잔에 따끈한 블랙티 라떼를 받아 들고 기분좋게 이층으로 잽싸게 올라갔다.
창가의 빈자리를 찾던 나는 전망이 제일 괜찮은 자리를 발견하고 또다시 재빨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가방에서 문고본 하나를 빼들기 전 우선 라떼의 맛을 음미하느라 첫모금을 들이 마시고..
아주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딱 짓고 있는데...
뒤에서 내 라떼를 제조한 바리스터 같이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여인이 헐레벌떡 올라온 표정으로
"손님, 방금 블랙티 라떼 시켜셨죠? 시럽하고 우유 배합을 잘못했거든요.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하며 탁자 위의 라떼를 싹 빼서 들고 가는게 아닌가?
그 사람이 미쳐 나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나의 재빠름과 만족스런 표정을 다시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무안함.
어정쩡한 표정으로 앉은 날 뒤로 하고 가는 그 바리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려운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보다 혼자 있을 때 그런게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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