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8/31 스타벅스, 기운이 쇠하고 있는 걸까?
  2. 2009/08/29 <서평> 어둠의 심연
  3. 2009/08/27 <서평> 파리에서 달까지

스타벅스, 기운이 쇠하고 있는 걸까?

무제 2009/08/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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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http://www.unlimitedmagazine.com/blog/?tag=coffee)

최고의 마케팅 성공 사례로 칭송을 받아오던 별다방에 요즘 무슨 일이 생긴걸까?
경기 침체와 함께 경영 위기에 직면 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늘 상 드나들던 나에게 체감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올 여름 초입이었던 것 같다.
내가 수년째 즐겨 마시는 블랙티 라떼의 제조법이 바뀐 것이다.
홍차의 추출방법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에서 티백을 넣는 것으로 슬그머니 변경된 것인데..
물론 같은 맛을 낸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이건 맛이 딴판이다.
일정 시간 경과후 티백을 제거하라고 안내를 받았지만 그게 쉽지도 않을 뿐더러 맛이 싱거운게 영 아니다.
게다가 문제는 아이스 블랙티 라떼에서 생겼다.
여름이니 당연히 아이스 버전을 따스한 버전보다 더 찾게 되는 것인데,
이 메뉴는 아예 주문 받는 단계에서 권하지 안는거다.
따뜻한게 싱거워서 맛이 영 아닐 진데, 차가운 것 오죽 할까 싶어 습관처럼 아이스를 주문했다가 말았다.
주문 대에서 스스로도 만류할 수 밖에 없는 메뉴는 왜 존재할까?

그 잘 나가던 스타벅스.. 분명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내가 너무 작은 단편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근래 들어 이런저런 일들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옛말이 옳은 구석이 많다는 걸 더욱 깨닫고 있기 때문에
나의 이 생각은 당분간 철회되지 않을 것 같다.

아아, 달콤하고 감칠맛 나던 별다방 표 바닐라 블랙티 라떼는
각종 찬사를 한 몸에 받던 스타벅스와 함께 기억 저편으로 스러지고
쇠락하는 별다방의 전조를 들려주며 이별을 고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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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둠의 심연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8/29 21:49

'Joseph Conrad'의 "어둠의 심연 (원제; Heart of darkness)"을 읽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 유명한 책이다. 사실 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제대로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전부터 그 영화가 인간 내면의 사악함을 얘기한다는 해설에 대해서 들었고, 나는 여기에 대해 어떤 이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난해한 얘기군! 하고 말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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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쓰여진 이 소설의 표지에 영화의 장면을 연상케하는 헬리곱터가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영화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거 겠지.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몇달 전 "마의 산"을 읽은 '을유 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골랐다. "마의산"을 워낙 잘 읽은 탓에 그 시리즈가 왠지 내공이 있어 보였고 그만큼 번역이나 제본의 충실도를 신뢰하기 때문이리라.

문명의 인간, 그 중에서도 지식인이자 인격자로서 충분히 인정받아온 인격자(심지어는 친한 이들에게서 추앙받을 정도까지)가 아무도 없는 비 문명 상태에 던져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인격자로서의 품위?와 도덕성을 유지할 것인가?
문명과 도덕, 인격의 가벼움과 본질적인 허망함, 인간 본성이 얼마나 간단한 과정과 이유로 본디 그래야만 한다는 소위 당위성에서 쉽사리 무너져 내리는지 얘기를 하고 있다.
야성, 야만이 우리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표면에 떠올라 발현될 수 있는 준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글쎄, 나도 그럴까?

이 책을 읽은 후에 비로소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콩고강 깊숙한 상류로 들어간 대령의 야만성이 무엇을 얘기하는 건지 얼핏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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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셉 콘래드의 얼굴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천재라기보다 고집스러운 외골수의 분위기가 더 느껴진다. 20대 초반에 영어 한마디 못하는 체로 영국에 들어간 그가 30대에 영미 문학의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이런 소설을 쓰다니 가히 경이롭다.

본문의 내용을 몇가지 인용한다.

홀로있는 순간에, 지켜보는 경찰이 없는 절대 고독의 순간에, 정적의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속삭여 줄 친절한 이웃의 경고 목소리가 없는 절대 정적의 순간에,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는 발길이 태고의 어떤지역으로 사람을 인도할 것인지 자네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네,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자신의 타고난 힘에, 헌신할 수 있는 자신의 힘에 의존해야 하네

철저한 야만성이 그를 포위해버린 것일세, 숲속에서, 정글에서, 미개인의 가슴엣 꿈틀거리는 야성의 신비한 생명이 말일세,..... 하지만 거기에는 그의 마음에 호소하는 매혹적인 힘이 있기도 하지, 혐오스러운 것이 뿜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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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파리에서 달까지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8/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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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고프닉'이라는 미국인이 파리에 살면서 프랑스의 내면 특히 파리에서의 삶을 들여다 본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자 마자 사들였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표지에 '알랭 드 보통'이 "최근 수년간 나온 프랑스에 관한 책 중 가장 멋진 책"이라는 찬사가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작년 봄에 사서 나는 책장 위를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읽지 않고 묵혀 두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파리 그 자체에 대해 확 달려 들 정도의 관심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천도 매력적이고 분위기가 언제고 읽을 것 같았기에 몇번이고 내 손을 탔었고 결국 이번에 읽고야 말았다.

단순히 외지인이 어느 지역을 둘러보며 쓴 기행문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100% 현지인처럼 동화된 것도 아니다. 타지에 수년간 머물면서 외부인의 시각이기는 해도 철저히 현지의 언어와 문화 특히 언론인으로서 사회 전반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어 아주 인상적이다. 저자는 프리랜서 기자였다.

생각해보면 기행문이라는 게 이방인이라는 입장에서 화자 내면의 문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때문에, 물과 기름같은 둥둥 떠있는 공허함까지 느껴 지는 글들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은 깊숙히 들어가 있는 책이었다.
게다가, 나의 머리를 신선하게 자극한 부분이 있었다.
딱딱해지기 쉬운 내 사고의 유연성을, 그 한계를 넓혀야 한다는 자각. 이는 내가 평소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서 내세우고 싶은 지론 중의 하나이다. 일상 속에 나의 시각은 자꾸만 고착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가장 균형잡힌 시각인양 느껴지게 된다. 내 나이가 또 그럴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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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파업을 야기한 대목을 읽으면서 그랬다.
에펠탑의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직원이 고객의 의견을 즉시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자 직원들이 들고 일어나 파업을 한다.
나에겐 이미 고객 제일주의, 돈을 지불하는 자의 요구를 당연히 최우선으로 만족시켜야 한다는 미국, 일본식 사고가 가장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신성한 명제다. 그 누구도 반기를 들면 안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파리에서 가게를 들어가면 손님에게 불친절하고 도도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나역시 혀를 끌끌 차며 그런 기본이 문제가 있으니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는거 아니겠는가... 하고 냉소적으로 생각했었고.
그러나, 파리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달랐던 것 같다.
고객이나 서비스하는 이나 어차피 그 상황에서 그럴 뿐 각자 서로 존중해야 할 직업인이고 결국 공급자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아주 근본적인 부분의 관점이 달랐던 게 아닐까?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말도 안돼에서 시작해서 흠... 그런면이 있구나'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했다.
나의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미국인들은 어떤 것이라도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완결된 사회를 원한다..... 반면에 프랑스인들은 모두가 자기 완성을 향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따라서,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혼자 있도록 두지 않는 파리 사람들.... 군중에 파묻힌 채.... 나누는 익명성은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파리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진정으로 혼자이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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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어느 누구도 임의의 타인에 대해 개의치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
삭막함의 대표적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 "익명성"을 저자는 그리워하고 있다는 게 참 재미있다. 그렇다 저자는 뉴욕 출신이다. 돌이켜보건데 나 자신도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서 익명성에 파묻혀 편안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편안함은 있다. 문득, 오래전에 읽은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얘기 "뽀까뽀끄"가 추구하는 바와 정반대의 그것을 느꼈다.

낙천성과 즐거움이 극대화된 미국적 스포츠인 농구(쉴 틈 없이 점수가 계속 난다)와 달리 툭하면 0:0 무승부로 끝나고 아무리 경기를 잘해도 점수가 안나면 지는 축구를 과연 오락의 대상으로 적절한지 묻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축구가 우리의 현실, 우리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시각이 신선하다.

외국인에게 관대하게 개방된 의료시스템, 전통 있는 레스토랑을 보존하기 위한 의기투합의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 다. 짧은 기간을 낯선 땅에 살면서 이토록 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게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에도 불구하고 말미에 가면 저자가 애초에 파리에 가면서 세계주의를 부르짖는 보편주의자로서 땅을 밟았지만 결국 그 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한계를 느끼는 우울함을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잘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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