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12/19 14:46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인물들에 대한 비범하지만 알고보면 평범한 이야기들.. 재미있었다. "김수정 휴먼에세이 -사람을 빌려서 책을 읽는다"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이다.
서점에서 처음 접하고, 사람을 빌린다는 은유적 표현이겠지했다. 다양한 사람들에대한 수필을 썼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진짜로 사람을 책을 빌리는 것처럼 돌아가며 인터뷰하는 행사를 체험한 얘기였다. 참 신선한 발상이고 재미있는 개념이다싶다. 그게 잘 되려나? 하는 의심어린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평소 대중 매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접할 수 없는, 나와 너무도 다른 타인의 삶의 궤적과 모습을 직접 인터뷰해서 들여다 본다는 것.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느정도 문화적으로 성숙되고 신뢰할만한 사회에서 가능한 행사가 아닐까 싶다.
우울증에 대한 얘기가 여러차레 나오는데, 문득 우리가 살아가면서 신체에 대한 무수히 많은 병과 상처들을 치료하듯 정신도 끊임없이 병과 상처가 생기는데 그것이 눈에 찢어진 상처나 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과나 내과를 가듯 정신과를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위 민간요법이나 자가치료에만 주로 의존하는 낙후함을 유독 정신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영국같은 선진국은 정신과 치료가 유난히 일상화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지도 모른다. 정신과는 마치 미친사람, 뭔가 감추어야할 끔찍한 병이 불가피한 상황에만 발길을 두는 곳으로 생각해온 내 시각이 균형감이 없다는 생각... 내겐 하나의 깨달음이다.
정말 아플 때, 병원에 가야한다. 정신이건 신체이건...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저자가 정신분열증을 단지 정신적 요인이 주도적 영향을 주는 병으로 생각하는 인상을 받은 것. 내가 아는 바로는 뇌분비 이상의 요인이 더 주된 원인이다. 접근이 치우친 것 같다.
후미의 트랜스젠더 부분에서 그 당사자가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나오며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겨워 노래를 불렀다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문득, 평생 성형외과적 장애를 안고 살던 사람이 수술을 하게되어 인생의 환희를 되찾는 장면을 TV에서 보았던 게 이것과 일맥상통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전환을 원하는 이는 흉칙한 혹이 달린 몸을 안고 사는 듯 고통을 느끼고 살았던게 아닐까?
저자가 맨 마지막 부분에 돈을 거부하고 1년을 살기로한 사람이 가장 인상적이라며 Epilog로 지목한 것이 있는데 목적과 그 본질은 훌륭하지만 인터뷰 내용은 많이 아쉽다. 저자의 얘기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얼마전 읽었던 "조화로운 삶"의 니어링 부부 얘기가 훨씬 와 닿는다. 물론 1년과 평생의 차이가 크겠지만...
어쨌든 이런 Living Library 참 괜찮은 것 같다.
한마디로 타인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 보게 해주는 딱 좋은 처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안하려나?
드라마나 다큐같은 데서 보는 타인의 삶이 많은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 얘기나누는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이런 경험은 또다른 차원의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책 중에 기억나는 멋진말.
" 삶이란, 당신이 다른 계획으로 바쁠 때, 당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존레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