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견'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09/10/25 느리게 걷는 것
  2. 2009/09/23 손으로 쓰는 독서노트
  3. 2009/09/20 <맛집> 나의 냉면 사랑-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5탄 -을밀대
  4. 2009/09/13 책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
  5. 2008/12/30 손님!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2)
  6. 2008/01/25 신년맞이 지리산 등반 (1) (2)
  7. 2007/11/16 <맛집> 다슬기국 - 밀양 상동면 진아식당 (2)
  8. 2007/10/22 <황당> Bypass-->바이 패스-->바이파스-->Baipas
  9. 2007/10/16 <맛집>나의 냉면 사랑-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4탄 - 옥천냉면(구 황해식당) (2)
  10. 2007/10/06 캐나다의 자연은 자연스럽게 간다

느리게 걷는 것

일상의 발견 2009/10/25 11:48
출퇴근시 차를 이용해오다가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새삼스레 작은 변화들을 여기저기서 느낀다.
당초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오가는 무수한 무표정한 얼굴들을 다른 자동차들 뒤꽁무니 대신 쳐다보게 된 것이며, 카드형 교통카드를 매번 가방에서 꺼내쓰는 것이 휴대폰 고리형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며... 아침 저녁으로 가로수의 낙엽을 밟으며 계절의 변화를 더욱 자주 쉽게 접하게 된 것 등등

얼마전 몸이 약간 아파 잠시 앓았었는데 그러고나서 몇 일간 나도 모르게 걸음이 많이 느려진 것을 느꼈다.
기운이 좀 없었나본데 정말 나도 모르는 새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며 앞서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갑자기 비디오카메라가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처럼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이었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순간 나는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았다.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석했다가 가정의학과 의사 한 분이 강연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TV 아침프로 등에서 각광을 받는 유명세를 타는 분으로 기억한다. 그 분의 얘기의 골자만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일상 생활 속에 실천 가능한 운동법, 건강한 습관 같은 것이었다. 유익한 내용이라 생각되어 열심히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 중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법 중 하나가 걷는 방법을 바꾸는 것인데, 아주 짧은 거리 사무실에서 화장실을 간다던가 주차장에 차를 향해 걸어간다든지 할 때 어깨를 펴고 빠른 속도로 씩씩하게 걸으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아주 좋은 습관이라는 것인데, 별도로 더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싶어 귀가 번쩍 뜨였던 기억이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엔가 그것이 역으로 강박관념처럼 작용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왜 나는 이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 이런 식으로 하며 지내야 할까?
같은 일도 뒤집으면 묘하게 상황이 바뀌는 법이다.
일석이조는 가끔 강박이 될 수도 있다.

도산공원 정문 앞에 '느리게 걷기'라는 이름의 카페가 떠오른다.
지금은 폴로 플래그십 스토어로 바뀐 자리인데 그 카페는 근처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또한, 느림과 게으름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조금 전 어쩌면 그런 흐름이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때에 나왔던 책도 그런 제목으로 있었던 것 같다. 내 책꽂이 구석 어딘가에 꽂혀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행기 속 모든 걸 떨치고 훌쩍 떠나 낮선 이국의 거리를 한가로이 거닐며 사색에 빠지는 낭만을 좇아 서점의 여행기 코너를 맴도는 수많은 사람들도 떠오른다.

호젓한 거리를 느릿느릿 걷는 것은 내겐 그런 이미지이다.
느림의 철학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러한 조류를 보며 막연하게만 느꼈다.
좋은 말인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특별한 때가 아니면 바쁘게 걸으며 살수 밖에 없는걸...
이것은 물론 빨리빨리에 대한 피로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
더 빨리를 외치며 어딘가로 달려가지만 결국 쳇바퀴를 도는 우리 삶에 대한 반감 정도 였다.
좋지 하지만 내가 이것을 어떻게 내것으로 만들어 볼지는 글쎄. 일요일 아침에나 어울리는 말이지.
라는 생각 정도였다.

느림이 주는 여유와 풍요로움은 과연 그렇게 특별한 곳, 특별한 순간에만 있는 것일까?

느리게 걷는 것, 느리게 사는 것.
스스로를 돌아보건데 무슨 생각에 골똘히 빠져있을 때나 무슨 충격적인 내용을 접해 깊히 몰입하거나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평상시 스스로 느리게 걸어 본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자발적으로 걸음을 늦춰보는 것.
이것은 우리의 선택권임에도 우리가 쥐어보지 못한 티켓같은 것은 아닐까?

사실 아무데고 아무 때나 걸음 속도를 늦춰보면 된다.
겪어보면 생각보다 많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훨씬 많이 보이고 훨씬 편해진다.
풍요로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훨씬 여유롭고 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좋은 것은 짧게 지나가버리는 속성이 있다.
느리게 걷는 것은 그나마 그 속성도 늦춰주는 여운같은 것이 덤으로 있는 것같아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같다. 물론 언제나 느리게 다닐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걸음을 늦춰볼 수 있다는 것.
언제고 나를 느림의 세계로 안내해서 한 호흡 늦춰 여유를 주는 처방을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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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독서노트

일상의 발견 2009/09/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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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내 손을 타며 곁을 지킨 몰스킨 노트와 비스콘티 만년필)

딱 1년전인 것 같다.
지인으로부터 가죽 커버의 질좋은 몰스킨 노트를 A4사이즈 정도의 큼지막한 걸로 선물을 받았었다.
가뜩이나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데다 요즘 누구나 그렇지만 손으로 글을 잘 쓰지 않는지라
일정이나 업무회의의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는 다이어리 정도라면 모를까
큼직한 이 노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독서노트를 써보면 어떨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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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일일이 읽은 내용을 노트를 작성한다는 것이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수필집 '깊이에의 강요'에서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서 언급한 바도 있지만,
책을 덮기 무섭게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아 허망하기 그지 없기도 하다.
좋은 노트에 좋은 펜을 갖춘다면 책을 읽고 긁적이는 버릇을 만들어보고 이를 유지할 수도 있겠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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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생각을 하고 9월30일자를 처음으로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간 중간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출력물 같은 것으로 스크랩을 해서 붙이기도 하고...
특히, 저자의 얼굴이나 저자가 인상깊게 언급한 대상에 대한 사진을 찾아 붙이니 더욱 좋았다.
이것은 오프라인의 은밀한 내면적 블로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간 중간 몇번 멈추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쓰는 즐거움을 되찾기 시작했고,
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성하는 매수가 넘어가면서 거의 1년이되는 올 9월말이면 한 권을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9월 22일 밤이 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쓰게되었다.
페이지들을 넘겨보면서 책의 감상과 인상적 부분들을 읽어보니
기억이 새롭고 그 때의 감흥이 그대로 되살아 난다.
독서를 취미를 가지는 이들에게 독서노트는 정말 값진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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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간에 노트와 요약에 집착하여 독서 자체가 스트레스처럼 변질 된 경험도 있다.
이것은 과한 노트열에서 기인한 부작용이며 독서라는 본질의 흥미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소중한 독서의 경험을 건망증이라는 허망한 말에 날려 버리지 말고,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노트는 진정으로 우리의 독서 생활에 정수를 남겨줄 수 있다.

물론 나는 또다른 질 좋은 노트를 준비해서 두번째 독서노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가급적 질이 좋아 펼칠 때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낌과 기분이 좋아지면 좋을 것이다. 게다가 필기구도 좋은 것을 준비해보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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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나의 냉면 사랑-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5탄 -을밀대

일상의 발견 2009/09/20 21:58
모처럼 맛집 순례를 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데 왠 냉면일까?
물론 요즘 냉면이야 계절에 거의 무관한 음식이 되버렸기도 하고 그 만큼 나는 냉면을 좋아하기도 하다.
얼마 전 때마침 회사 일로 업체 방문차 마포 근처에 갈일 있었는데 점심시간을 놓쳐 간단히 홀로 때워야 할 상황이었다.

평소같으면 사무실 근처로 복귀해서 대충 먹고 들어갈 생각을 했지만, 이 날만큼은 평양냉면 지존의 하나로 예전부터 유명한 '을밀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1시가 넘어서 점심치고는 늦은시간이라 그리 붐비지 않을거라는 기대를 했다. 을밀대는 약 10년전 쯤에 가보고 못가본 것 같다. 차량 내비게이터에 을밀대를 찍고 방향을 틀었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니 당시 시장 골목 같은 곳에 식당이 있고 길이 좁아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드디어 을밀대 앞에 도착했는데 근처 골목에 유료로라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 해도 도무지 그럴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 아래 문 앞에서 서있는 서너명의 사람들... 이 시간에도 줄을 서 있네 싶고 차 댈 곳도 없고 잠시 망설였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기필고 맛을 보고 가리라. 전의를 불태우며 차로 주변을 다시 한 바퀴 돌아 구립 문화센터같은 곳을 찾아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후의 작렬하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터덜터덜 걸어가니 그 새 다행스럽게도 줄이 없어져 있었다.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전의 작은 식당 외에 마주보고 있는 건물 일부를 좀 더 빌려 확장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 시설을 보니 CCTV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터치패널을 이용한 결재 시스템도 갖추고 최첨단을 자랑한다.

별관에 해당하는 자리로 안내를 받아 앉았다. 물냉면 한 그릇을 주문하고 둘러 보니 빈대떡을 입구 옆에서 부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의 특징 중 하나가 빈대떡이다. 먹음직스러운 놈을 보니 여럿이 일행으로 왔다면 시켰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뭐니뭐니 해도 물냉면이다.

드디어 나왔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게 아주 시원해보였다.
육수를 먼저 들이켜 본다. 흠... 아주 소박하고 깔끔한 맛이다. 기교나 꾸밈이 전혀 없는 그러면서도 입에 착 달라 붙는 맛이다.
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어본다. 면발의 찰진 상태와 면의 맛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적당하게 쫄깃하면서 면의 맛도 적당히 간이 되어 감칠맛이 난다.
보통은 겨자를 넣어 먹지 않지만 왠지 이 육수는 겨자를 약간 풀어서 먹으면 최고의 맛일 것 같았다.
겨자를 약간 풀어 넣자.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후루룩 후루룩 뚝딱
춘향전에 이도령이 거지차림으로 게걸스럽게 먹었다던 말그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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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찍었더니 사진이 깔끔하지 못하다.)

나오면서 차를 가져온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근처 건물을 하나 가리키며 그곳에 세우면 주차권을 해준다고 했다. 전화를 해서 그 주차가 가능한 건물명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나의 평양냉면 랭킹에서는 5위이지만 겨자를 함께한 냉면이라고 하면 이 곳이 단연코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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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

일상의 발견 2009/09/13 15:20
책 읽는 생활을 아주 즐겁게하는 타인의 경험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독서를 즐기는 데 있어 큰 자극이 된다. 그래서 단지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서평을 읽고 책을 고르는 데 참고하는 것 이외에 독서 생활 자체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이러한 독서에 관한 책은 책을 즐기는 여러가지 기법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하는 데,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도 그런 책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서를 즐기는 여러가지 방법이나 습관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잠자리에서 잠들기 전에 읽는 책에 있어 특정한 주제를 항상 정해 놓고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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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잠자리에서 항상 읽는 책의 주제는 극지방에 관한 것처럼 아주 낯설고 특별한 모험이 필요한 극단적인 장소에 대한 책이다. 그러한 장엄한 곳이 주는 일종의 '환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찌기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이러한 장엄함이 주는 극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한 것이 기억난다. '앤 패디먼'은 침대 머리맡에 가까이 이와관련 된 주제의 책들을 모아 놓는 책장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늘 잠자리에서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즐겁고 편안한 잠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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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정혜윤'의 '침대와 책'도 역시 잠자리에서 읽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나는 어떤 주제의 책들을 잠자리에서 읽으면 좋을까?
그렇다! 책에 대한 책들이 좋겠다.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책에 대한 책들이 갖는 많은 장점 때문에 나는 이에 관한 많은 책들을 사들였고 즐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잠자리 머리 맡에도 책에 대한 책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읽고 있는 책이 있어 거기에 몰입되어 있을 때는 물론 그 책을 읽는다.

이외에도 특정한 장소에 대한 책을 그 장소에 가서 다시 직접 읽어 보는 것이 보통 재미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여행기가 주로 그러할 것이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이 방법도 실행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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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일상의 발견 2008/12/30 22:04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갔을 때 두어번 듣고 많이 당황했던 말이다.

한번은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
십여년전 신림동의 과일과즙을 인공 조미료 대신 넣는다는 인기있는 함흥냉면 집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드나들던 냉면집이라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집이었다. 대여섯명 정도로 기억되는 일행이 함께 갔었고 모두들 냉면의 지존이라고 자신했고 나역시 내심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앉았다.
나는 양이 얼마안되는 함흥냉면 물냉면을 순식간에 거의 다 비워가고 있었는데...
함께 간 일행 중 몇이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며 맛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맛만 있구만.. 까다롭기는..' 하고 있던 참에 결국 종업원을 부르게 되었고,
잠시후 주방에서 주방장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나와 육수를 들고 마셔보기에 이르렀다.
대답은 아뿔싸!
"아이구 손님 죄송합니다. 중요한 양념 육수가 빠졌네요. 다시 만들어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거의 다 비운 냉면을 겸연쩍게 되물리고 한 그릇 서비스로 더 받아 먹었다.

또 한번은 얼마전 일명 별다방(스타벅스),
요즘 내가 그곳에 가면 즐겨시켜 마시는 건 블랙티 라떼다.
약속이 있어 모처럼 스타벅스에 들어갔고 약간 먼저 도착한 나는 나의 즐겨찾는 블랙티 라떼를 시켜들고 이층 창가에 앉아 책 한쪽이라도 우아하게 펴볼 요량으로 주문을 했다.
주문할 때면 의례 환경을 생각하는 투사?가 되어 경건한 눈빛으로 머그컵이요!를 외치던 나는 예쁜 크리스마스 빨간 종이컵에 끌려 아무 미련없이 투사의 자리를 벗어 던져 버리고 빨간 일회용 잔에 따끈한 블랙티 라떼를 받아 들고 기분좋게 이층으로 잽싸게 올라갔다.
창가의 빈자리를 찾던 나는 전망이 제일 괜찮은 자리를 발견하고 또다시 재빨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가방에서 문고본 하나를 빼들기 전 우선 라떼의 맛을 음미하느라 첫모금을 들이 마시고..
아주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딱 짓고 있는데...
뒤에서 내 라떼를 제조한 바리스터 같이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여인이 헐레벌떡 올라온 표정으로
"손님, 방금 블랙티 라떼 시켜셨죠? 시럽하고 우유 배합을 잘못했거든요.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하며 탁자 위의 라떼를 싹 빼서 들고 가는게 아닌가?
그 사람이 미쳐 나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나의 재빠름과 만족스런 표정을 다시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무안함.
어정쩡한 표정으로 앉은 날 뒤로 하고 가는 그 바리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려운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보다 혼자 있을 때 그런게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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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맞이 지리산 등반 (1)

일상의 발견 2008/01/25 23:52

재작년 겨울 지리산을 올라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코스를 잡고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컴컴한 새벽 장터목 산장을 나서 세석평전 부근에서인가 이글 이글 붉게 타오르며 떠오르던 해돋이를 가슴에 새겨둔 기억이 있다. 평생 못잊을 멋진 풍경이었다.
새해를 습관처럼 그저그런 마음으로 맞이하고 뭔가 부족함에 일신하는 마음의 계기가 만들고 싶어졌다. 게다가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향수병, 온세상이 눈으로 가득한 별천지 같은 겨울 산이 모처럼 그리워지기도 했다. 겨울산은 신발부터 옷까지 성능 좋은 제품으로 잘 갖춰 입어야 안전하기 때문에 평소 산에 잘 다니지 않아 그러한 것이 없는 동료들까지 꾀어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회사의 준비된 소수, 즉 김대표와 동생 그리고 나, 삼인방이 함께 가기로 했다.

겨울 산행은 내복, 두터운 옷이나 스패츠, 아이젠 등 배낭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고 언제나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먹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나를 따라 몇 차례 다소 센? 경험을 했던 동생은 들뜬 표정을 하면서도 이 번 만큼은 먹는 건 제대로 챙겨보겠다고 벼른다.
산꼭대기 대피소에서 다른 이들이 만들어 먹는 푸짐한 요리에 한?이 맺혔다고 했다. 하긴 달걀을 너무 좋아해 계란을 판으로 사서 짊어지고 온 사람, 생전 처음보는 미니 압력솥까지 지고와서 윤기 좔좔 흐르는 밥을 해먹는 사람, 배추 한 통을 가져와 날된장에 쌈을 싸먹는 이까지 보아왔다. 정말 먹는 것에 목숨건 분들은 깊고 높은 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결국 동생이 이번 산행에서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은 메뉴는 돼지삼겹살 두루치기였다. 정말 야심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난 3박4일 등산을 하면서도 말린 과일이나 쵸코바, 대피소에서 파는 햇반에 사발면 이상의 호사?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주말의 여정으로 금요일 약간 앞당긴 퇴근을 하고 저녁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다. 용산역을 출발하여 영등포 역을 지날 무렵 식당칸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을 먹었다. 맥주를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기대반 걱정반의 얘기를 나누며 잠시 열차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다. 초고속을 자랑하는 KTX에 없는 식당칸의 즐거움이 새삼스러운 시간이었다.
시설이 좀 질이 떨어지고 노후된 것이 아쉽다. 약간 더 좋았으면... 게다가 비싼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일인 다역의 두 아주머니의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식당칸을 운영하던 아주머니 두 분은 잠시 후 커피메이커를 열차칸마다 들고 다니며 커피와 스낵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잠깐 졸다보니 그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천안 호두과자를 외치며 팔고 지나가고 있었다.

컴컴한 밤 열차길을 가며 창밖에는 기대하던 눈은 안오고 비가 조금씩 후려치더니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기도 했고 열차는 어느새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구례구역은 구례읍에서 떨어져 있어 우리가 내린 시각은 이미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추적추적 비만 내리고 외로운 가로등 아래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열차 도착 시간을 알고 기다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읍내로 가냐고 묻는다. 가겠다고 답변을 하는데 동생은 열차안에서부터 푸줏간이 문을 닫아 삼겹살을 못살까봐 안달이었던 차라 슈퍼마켓부터 뛰어간다.
그 새 그 택시 아저씨는 다른 손님을 태우고 읍내로 향한다. 다시 데리러 올거라고 한마디 하면서 차를 돌리는 그 기사 아저씨를 보며 우리마저 한탕 더 뛰려는 욕심 많은 아저씨다 싶어 흘려듣고 다른 택시를 기다렸다. 다른 택시 타면되지 다시 온다는 건 뭐람? 하지만 적막한 시골길에 기다려도 기다려도 막차 지나간 열차역앞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아저씨가 돌아왔다. 여긴 시스템이 그랬구나...

역전의 시골슈퍼 이곳저곳 문 닫는 시간에 바삐 순회하여 검은 비닐 봉지에 삼겹살 한덩어리를 들고 온 동생은 김치를 살 수 가 없었다고 투덜댄다. 김치가 슈퍼에서 잘 팔리지 않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읍내 편의점가면 쉽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레 했다.
택시를 타고 출발하며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데 대뜸 동생이 여기 김치를 어디서 사야하죠? 하며 묻는다. 기사 아저씨는 특유의 전라도 억양으로 우리집이 역전인데 이번 김치맛이 아주 좋던데 집에서 싸주겠다며 차를 집으로 돌린다.
순간스러운 당황... 남의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거북함. 여러가지 감정이 아주 짧게 교차한다. 집에서 나오는 아저씨의 손에는 무려 두포기의 김치가 통째로 들어 있는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너무 많다.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 하고 우리 숙소에 내려 놓은 기사아저씨는 내일 아침 산으로 갈 때 예약해달라는 영업을 하며 전화번호를 건내고 차를 돌린다.
비는 조금씩 계속 내렸다. 이게 눈으로 바뀔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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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다슬기국 - 밀양 상동면 진아식당

일상의 발견 2007/11/16 21:35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대구에 내려갔다가 밀양을 들릴 일이 있었다. 대구-부산간의 민자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밀양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깊은 산골이었던 것 같다. 얼음골, 표충사가 유명하고 사자평 억새밭을 가고픈 등산객 들에게나 가끔씩 회자되는 곳.

이곳을 지나치다 보니 밀양 영화 촬영지라고 소개되는 백년 넘은 울창한 소나무 숲도 눈에 띈다. 밀양과 청도의 경계 지점에 작은 시골 기차역이 있고 그 주변이 적은 가구의 동네가 형성 되어 있는 마을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동면이다.

거기에 오늘 내가 소개하고 픈 맛집 '진아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인 올갱이나 올뱅이로 잘 알려졌지만 표준말로는 다슬기의 맛집이 거기 있다. 본디 충청도에서 많이 먹어 된장국 구수하게 푼 충청도 스타일의 올갱이국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남도 지방 역시 지리산 자락이나 섬진강을 중심으로 이의 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동인지 고둥인지 또는 그 독특한 발음인 고디라는 말을 쓰는데 밀양에가니 고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진아식당은 오래된시골 길가 점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주차장은 바로 옆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 좁고 길 건너 기차역 앞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편하다. 고즈넉한 시골 기차역 전 모과나무에 탐스런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동네 강아지가 식료품점 주인 아저씨 앞에서 재롱을 떠는 정겨운 모습을 보며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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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 들어가 함께 갔던 일행들과 고동국과 고동회를 시켰다.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 서초동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꿈을 키워가던 시절 사무실 건너편 충청도식 올갱이해장국 집에 자주 드나들며 투박한 이 요리를 즐겨 먹던 기억이 난다. 숙취 후 따스한 국물로 속을 가라앉히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 후 수년 전 소백산 등산을 위해 단양에 들렀다가 올갱이 해장국을 시켜 놓고 잔뜩 기대한 뒤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다슬기 특유의 향기와 고소한 그 예전의 맛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다슬기의 모양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맛도 느낌도 나지 않은 그 기억이다. 아무래도 중국산으로 냉동 가공되어 들어온 다슬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요새는 시골이 더하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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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진아식당은 그 작고 보잘 것 없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때문인지 쉴새 없이 손님이 들고 나갔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 들이 많았다. 여기는 수입산을 쓸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고동회가 먼저 나왔다. 다슬기를 삶아 무친 것이니까 말이 회이지 사실은 무침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하나를 들어 먹어 보았다. 오동통한 다슬기 살이 입에 씹히면서 삶아서 깐지 얼마 되지 않은 다슬기의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오래 전 여름밤 가족이 둘러 앉아 이쑤시개 며 바늘이며 들고 앉아 까먹던 그 맛이 기억난다. 다슬기 요리가 비싼 이유는 이러한 다슬기가 요즘 급속히 줄어 잡기도 힘든 데다가 바로 이렇게 까야 하는 공임값이 더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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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먹고 있으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슬기 삶은 물이라고 하며 컵에 푸른 빛이 도는 물을 주고 간다. 간에 좋고 약으로 다려 먹는 거라는 말에 단숨에 들이켰다. 별 맛은 없었고 그냥 심심하면서 끈끈한 그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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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고동국이 나왔다. 일단 된장을 전혀 쓰지 않아 충청도 식과는 전혀 달랐다. 부추와 콩, 들깨 같은 걸 쓴 것처럼 느껴져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에 고소한 뒷맛이 느껴진다. 처음 느낌은 너무 부드러워 오히려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한숟갈씩 먹다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쳐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마지막 한 숟갈을 아쉽게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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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청도, 밀양을 한 번 다녀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청도의 지천으로 널린 감나무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풍성한 마음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감을 그자리에서 따서 파는 걸 사는 재미도 추가 보너스다. 그리고 밀양으로 넘어와 그야말로 향토색 진한 맛과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고동국을 먹는 것도 즐거움을 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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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Bypass-->바이 패스-->바이파스-->Baipas

일상의 발견 2007/10/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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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황당 경험담.

큐슈지방의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발견해서 재빨리 찍은 사진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우회도로라는 뜻의 bypass가 일본어 가다카나로 발음되면서 바이파스가 되었고 그것이 다시 영어표기로 옮겨지면서 baipas가 된 어처구니 없는 간판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뉴스에 나올만한 얘기일 것이다. 앞서의 '일본 열광'에서 김정운 교수도 언급했지만 일본은 외래어도 그대로 다 받아 들인다. 일본은 가다카나로 쓰인 그들의 발음으로 변형을 시키기는 하지만 그렇게 그대로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러니 수상도 TV에 나와 '국가정체성'을 '칸토리 아이덴티티'라고 말할 정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리 나라의 말로 변형시켜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간다. 우리는 정책적으로 외래어를 철저히 구분하여 우리의 것으로 융합시켜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중국은 더더욱 철저히 변형시키는 것이고... 중국은 컴퓨터도 전뇌라고 하니까..

그러다 보니 일본이 아닌 외국 사람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긴다. 사진의 내용도 그러한 것을 반영시킨 것이다. 무식해서 바이패스가 바이파스, 즉 baipas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병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배경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만국 공용어가 된 영어로 읽으라고 한 것인데...

첫문자가 대문자인 것으로 보아 고유명사로서 바이파스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이 워낙 외래어 쓰기를 자연스럽게 하니까 우회로에서 시작한 말이 고유명사로 굳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회로라는 뜻의 일반명사에서부터 온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쓰였을 것 같다. 영어만 아는 외국인에게 보여줄 목적인 영어표기가 결국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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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나의 냉면 사랑-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4탄 - 옥천냉면(구 황해식당)

일상의 발견 2007/10/1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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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냉면은 옥천면 냉면집의 가장 대표격인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규모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맛에서도 그렇다. 식당 이름이 동네 냉면의 대표 이름을 차지한 것부터가 어느 정도 대표성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고읍냉면 소개에서도 말했지만 옥천면의 냉면 맛은 평양냉면이 갖는 맛의 완성도 면에서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아주 강하다. 아마도 평양냉면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보편적 조건과 달리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완자나 무 김치 얘기는 이미 했으니 오직 냉면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겠다.

강하게 끌리는 육수의 맛은 옥천 지역의 냉면이 갖는 공통점인데 고깃국물의 진한 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은 한국경제 기사인
한은구기자의 맛따라 길따라를 보면 돼기고기 육수로만 만든 육수라고 한다. 정말 특이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는 평양 물냉면은 보통 육수도 한 가지만 쓰지 않고 쇠고기 육수를 함께 쓰는 데다가 동치미 국물을 최소한 함께 해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옥천냉면은 오히려 한가지만 쓰는 그 이유 때문에 강하게 끌리는 독특한 맛이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이 옥천냉면 집의 육수에서는 마늘 냄새 같다고 할 까? 하여간 육수의 상큼한 뒷맛이 매우 독특하다. 이 맛은 다른 어느 냉면집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향으로 이 집의 고유한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그 맛이 이 집을 이 옥천면에서 가장 큰 대표 냉면집으로 클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자평 해본다. 이렇게 크다 보니 6번 국도 큰 길가에 분점이 하나 더 있어왔고 재작년인가 이 분점이 더 커져서 확장 공사까지 했다. 10여년 전 설악산을 다녀올 때 처음 들른 곳이 바로 이 6번국도 변 분점이었다. 옥천냉면하면 이 집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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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이렇게 많다보니 말도 많은 건지 완자의 크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예전에는 옥천면의 큰 구별점의 하나가 커다란 완자였는데 옥천냉면집의 완자는 우리가 보통 보는 완자의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정확히 비교할 길이 없어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자꾸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9000원짜리 완자가 양이 많다보니 반접시 메뉴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는데 굳이 메뉴판에 써 있지는 않고 반접시 주문하는 이에게 반접시는 5000원이어야 한다는 불이익을 구두상으로 알려준 뒤에야 확인을 받고 가져다 준다. 왜 500원을 더 받아야 하는 지 나는 지금도 이해는 안 가지만 그게 여름에 길게 줄서서 간신히 냉면을 먹는 손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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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옥천면에서 냉면을 먹으려면 이 집이 제격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집의 완자가 더 크고 맛있고 사이다를 줄 지 언정 냉면 육수의 맛은 한 수 앞서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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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6번국도를 따라 양평으로 가다 보면 국수리를 지나 신학대를 들어가는 입구 고가도로를 지나 양평읍에 다다르기 전 SK인천정유 주유소를 지나면서 왼쪽에 옥천냉면 간판을 붙인 근사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분점이다. 본점은 그 분점 뒤로 뻗은 길을 따라 옥천면 사무소를 지나면 그 옆에 40년 전통 옥천냉면(구 황해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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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나의 평양냉면 집 랭킹 4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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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자연은 자연스럽게 간다

일상의 발견 2007/10/06 20:48

지난 달 캐나다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늦여름 밴쿠버 주변 록키 산맥 자락을 둘러보며 바다와도 같은 캐나다의 드넓은 숲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빽빽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침엽수들로 들어찬 드넓은 숲의 모습이 흔히 캐나다의 자연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이듯이 정말 그러했다. 광활한 대자연의 캐나다는 과연 그런 면에서는 축복받은 땅이었다.

들은 얘기지만 공터에 여기저기 핀 민들레, 푸른 잔디 운동장에 허옇게 피어나 보기 흉한 느낌이 드는 민들레도 함부로 솎아내면 안 된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들은 절대 손을 대서는 안되는 철저한 환경 철학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한 철학인지 몰라도 이번 여행에서 본 특별한 풍경은 내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내가 본 캐나다의 침엽수림의 특징은 워낙 넓은 땅이기도 하지만 기후대가 온대에서 냉대에 걸쳐 있어서 그런지 침엽수림 중심의 단조로운 수종의 숲이 많다는 것이다. 소나무 한 가지만 꽉 들어찬 숲이 차로 얼마간 계속 달려도 끝 없이 이어지는 곳이 그 곳이다. 세상의 많은 것이 그렇듯이 단일한 종류로만 이루어진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소나무를 고사시켜 골치를 썩고 있는 재선충이라는 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의 소나무 숲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말하듯 대표적 향토 수종인 소나무가 위기에 처한 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감염 지역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목재의 이동 경로에 통제를 가하며 제선충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전쟁 후 황폐했던 산들이 이 정도까지 푸르게 된 것에는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 했던 일이니까.. 가뜩이나 좁은 땅 덩어리에 위기가 한 번 닥치면 손을 도리도 없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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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나다는 달랐다. 밴쿠버 북부의 어느 지역을 지나며 단조로운 숲의 풍경에 잠시 졸다 눈을 떴을 때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풍요로운 숲은 온 데 간 데 없고 무슨 산불이 지나 간 듯이 시커멓게 죽어 황폐해진 숲이 눈에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곳이 내가 알던 숲의 나라 캐나다의 모습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차를 타고 마을을 하나 지나며 몇 킬로미터를 가도 온통 눈에 보이는 것은 산 전체가 어느 하나의 예외도 없이 까맣게 말라죽은 나무의 공동묘지였다. 어쩌면 이렇게 완벽히도 초토화되었단 말인가? 그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마치 인공적으로 만든 영화 속의 세트장 같은 분위기라 도무지 현실의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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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사람에게 얘기를 들으니 재선충으로 말라 죽은 소나무의 숲이라는 것이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게되면 그 벌레의 유충들이 나무가 물을 빨아 올리는 수관을 차단하여 말라 죽게 만든다고 한다. 소나무는 결국 노랗게 잎이 마르다가 갈색으로 바뀌고 마지막 삼단계로 까맣게 죽는다고 했다. 까맣게 죽은 나무는 결국 맨 마지막 단계의 모습이었다. 흡사 산불에 타죽은 모양과 같았다. 나무 속은 썩어가며 죽기 때문에 이렇게 죽은 나무는 경제적 가치도 전혀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나무에게는 흑사병이나 에이즈같은 재앙인 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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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죽기 시작하고 있는 재선충병 초기감염 소나무>

그렇다면 왜 이토록 죽어가는 숲이 광대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왜 적극적인 방재 대책을 해서 영역을 좁히거나 치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나는 차를 타고 단지 지나갔기 때문에 아주 제한된 모습 밖에는 보지 못했다. 어디선가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삼림에 있어 대표적 선진국인 캐나다의 모습치고는 피해 입은 숲의 면적이나 규모가 너무도 방대했다. 달리고 달려도 까맣게 타버린 성냥개비들을 세워 놓은 것같은 그 풍경이 계속되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후에 들은 바이지만, 캐나다는 그걸 자연의 모습으로 본다고 했다. 결국 자연에서 벌레가 생겨 소나무를 죽게한 것이면 그것 역시 자연의 모습으로 보아야하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손 놓고 있는지 그 이상 내가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자연이 벌이고 있는 일에 사람이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철저한 그들의 철학이 느껴졌다.

소나무가 너무 지나치게 획일하게 숲을 만들고 있거나 기후가 변해 소나무의 생존 경쟁력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라면 소나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것을 억지로 살리려고 하는 것도 자연에 반하는 일일 수 있다. 결국 그 곳이 소나무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게 되거나 소나무가 지나치가 많아 소나무 스스로가 경쟁력이 없어져 버린 상황이 되었다면 그 곳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면 나무가 다 말라 죽고 없어져 버린 그 민둥산은 마른 풀잎만 굴러다니는 사막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소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재선충을 이겨낸 소나무가 나온다면 그것들이 다시 자라날 것이다. 그러면 그 숲은 지금의 바뀐 환경, 즉 재선충이 창궐해도 끄덕하지 않는 숲이 다시 덮히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세에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 무수히 많은 이들을 죽게 만들고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듯이 했지만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이겨 냈듯이 말이다. 물론 소나무가 자연에 대해 저항력을 키우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인위적인 재앙을 그냥 두어서는 안될 것이고 이로인해 인류가 소나무에게 재앙을 만들어 방치하고 멸종에 이르게 하는 것은 당연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지만...

거의 무한하다 싶을 정도의 드넓은 숲을 가진 캐나다와 우리나라가 같은 대처법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작은 곳에 페스트가 창궐하면 격리하고 치료하는 현명함을 발휘하지 못하면 몰살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연에 맞기기에 너무 작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을 보호라는 명목하에 지나치게 인간의 손으로 관리하려는 오만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게된다. 최근 뉴스에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인간의 시각에서만 보고 관리하려는 폐해에 대한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자연은 자연이 이끌고 가게 두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층 더 큰 지혜같은 걸 느꼈다.
하지만, 무수히 죽어가는 나무를 보며 쓸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햇빛이 무심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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