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파이 이야기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7/10/0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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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함께 구명정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는 오랜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나는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문학을 문학 그 자체로서 즐기기에는 나의 머리가 지나치게 공업적으로 단련되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허구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건조하고 논리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이때문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오히려 잔잔한 수필이 훨씬 익숙하다.

파이 이야기를 서점에서 집어든 것은 독특한 소재라는 것과 남들의 평 때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 시간이 아까왔다고 말할 정도로 감흥을 받지 못했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남들의 평가를 참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흥미를 잘 유발시키지 못하거나 나와 잘 맞지 않는 경우인데 불가피한 일이리라. 남들이 다 좋다는데 나만 별로인거야 어쩔 수가 있겠는가?


파이 이야기는 로빈슨 크루소우같은 모험, 재난 소설의 범주라고 본다. 몇 년전 탐 행크스가 주연했던 무인도 고립 생활을 그린 영화와 유사한 영역이다. 파이라는 인도 소년이 고향을 떠나 가족과 이주하려고 배를 탄 뒤 그 배가 난파 되면서 겪게되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이야기. 호랑이는 이 소년에게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되 이 소년을 깨어 있게 만들고 강화시키고 결국은 생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항간 회자되는 얘기 중 물고기를 키울 때 이것을 잡아 먹는 놈을 같이 넣고 키우면 훨씬 통통하고 날쌘 놈들로 자라난다는 것이 생각난다.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이 없으면 우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스러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어느 주부의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주부는 부유한 의사 집안의 안 주인으로 자식들이 일류 대학에 들어가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이가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상황에 처한 그 사람은 어땠을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겠지만 그 주부는 우울증에 걸렸고 삶의 희망과 의미를 찾지 못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한다. 단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자극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 아닐까? 나 역시 반복적인 삶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 자극을 찾아 나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몸을 극한 상황에 빠지게 하기 위해 어려운 코스로 등산을 나서기도 하고, 신체적인 목표를 정해 스스로를 밀어부치며 목적있는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정신적 자극의 역치를 넘어서기 위한 육체적 자극의 일환이었다. 자극은 우리의 삶을 강화시키고 활력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여러 종교를 다 믿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상호배타적인 현실의 종교를 잘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부질 없는 걸가지고 자신의 종교를 위해 종교인 답지 못한 이기심과 배타성을 보이고 그것을 넘어 적대심까지 표출하는 상황을 비꼬고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호랑이와 한 배를 타고 떠돌기 시작하는 만화같은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성장기에 문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도 있지만 나의 사고 기제는 상징이라던가 은유를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는 잼병인데다가 무엇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소설의 끝부분에 일본인들과의 인터뷰 장면에서 오랑우탄이 어머니로서, 호랑이가 요리사로서 대체되어 얘기되는 부분에서 나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아찔한 상징성을 보았는데 도대체 이것이 어떤 복선을 뜻하는 건지는 솔직히 알 수가 없다. 반면 물고기 한마리 숨통을 끊는 것에도 가책을 느끼며 고통스러워 했던 소년이 생존을 위해 서서히 변해가며 나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죽일 수 있게 되는 상황의 묘사라던가 미어캣이 사는 살아있는 섬의 설정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후반부에 작은 재미를 느끼게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소설이 갖는 재미와 소재의 참신함은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스타일에는 썩 잘 맞는 책은 아니었다. 소설 좋아하는 분은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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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puris 2007/10/09 20:25 Modify/Delete Reply

    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트랙백 날리겠습니다 :)

    • dhdean 2007/10/16 13:54 Modify/Delete

      꽤 일찍 읽으신 것 같네요... 종교적 관점에 대해서 부담없이 자연스레 편하게 풀어가는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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