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부산 서면 고래고기 포장 마차
일상의 발견 2007/08/14 00:24예전 고래 포획이 불법이 아니던 시절에는 고래고기는 바닷가 사셨던 분들에게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 같은 내륙 사람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일식 집이나 횟집에서 한 두 점 접해 본 게 다였고. 몇 년 전 일이 있어 지인들과 포항지역을 함께 다니러 갔다가 횟집에서 제대로 된 고래 고기를 만나게 되었다. 삶아서 식힌 고깃결은 마치 쇠고기 같이 뻣뻣했는데 멸치 비린내 같은 것이 나는 독특한 느낌이었지만 맛있다거나 즐길만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고래 포획을 반대하는 환경 단체의 운동도 느껴지고 뭐 굳이 고래 고기 먹지 않아도 먹을 거 많은데 거기서까지 식도락을 찾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런 고래고기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 다니러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고래고기의 이미지를 확 바꿀 맛을 볼 수 있다는 곳을 가게 된 것이다.
그곳은 서면의 영광도서앞에 있는 포장마차이다. 정식 명칭은 울산 고래고기 전문 포장마차이다. 서면 역에서 내려 영광도서를 찾아 가기는 아주 쉽다. 문제는 그 곳에 포장마차가 꽤나 여러 개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생면부지의 그 포장 마차를 찾아 낼까 하는 걱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고래고기 포장마차가 워낙 유명해서 비슷한 아류 포장마차가 군데군데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어렵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그득한 그 곳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여름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포장마차 자체보다는 그 옆에 노상에 플라스틱 탁자들 중심으로 옹기 종기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마음 좋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고래고기를 썰고 있는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고 아저씨가 썰어 주는 대로 먹는 기본 한 접시를 시켰다. 어차피 한가지라 메뉴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단지 양 적게 좋은 부위만 먹고 싶을 때는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는 그냥 아무 말도 않고 접시 위에 무엇부터 나올까 기다렸다.

먼저 간장과 야채를 버무린듯한 소스부터 한 그릇 나왔다. 깨소금 통이 있기는 했는데 그건 기본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고래고기의 초보인지라 딱히 나의 요구 사항을 얘기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먹을 참이었다.



맛 보기 몇 조각이 썰어져 나왔다. 예전에 본 두툼하고 질긴 고래 고기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이유인지 상대적으로 얇게 저며져서 나왔다. 까만 고래 피부가 연상이 되었다. 하얀 것은 지방층인가 보다. 먹어 보니 기름 같기는 한데 전혀 역겹지 않다. 특이한 맛이다.
그런데 정말 감탄스러운 것은 바로 소스의 맛이었다. 양파와 미나리를 썰어 놓은 달콤 짭짤한 그 소스의 맛이 고래고기의 맛을 훨씬 맛나게 하는 찰떡 궁합이었다.

왼쪽 사진은 뱃살 부위다. 맛을 음미하며 미식가의 모습을 하며 눈을 감고 먹었다. 내가 자주 먹을 수 있는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려했던 과거의 기억을 일소하는 맛이다. 역시 사람들이 알아주는 곳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오른 쪽은 오도독한 독특한 느낌의 지느러미다.


한 참을 먹다가 나는 주인 아저씨에게 이 고래가 무슨 고기냐고 물으며 혹시 돌고래 같은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아차, 내가 실수했나 싶었다. 아저씨 표정이 바로 굳어지면서 참고래라고 했다. 돌고래는 냄새가 많이 나서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가 그 자리에서 30년 장사하며 맛과 신용으로 단골에게 인정받는 다고 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며 짚은 말이 아저씨에 실례가 되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국 어디서건 맛보러 안 오는 곳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고래 고기를 맛보려 했다면 찾긴 제대로 찾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접시를 거의 비워가는데 아저씨가 아주 잘 아는 단골 손님이 온 것 같았다. 거의 ‘형님!’하는 분위기다. 그 손님을 앉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아저씨가 소주 잔을 들고 함께 한다. 그 때 아이스 박스에서 신문지에 꼬깃꼬깃하게 싸 놓은 덩어리를 꺼내는데…
익히지 않은 빨간 고기 덩어리였다. 한 접시를 썰어 그 손님하고의 자리에 들고 간다. 주인아저씨 자신이 먹으려고 따로 놓아둔 것 같았다. 나는 주인아저씨가 일하는 바로 앞에 앉은 덕에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구에게 안 주는 고래 육회를 몇 절음 맛볼 기회를 가졌다. 생선 냄새가 살짝 나는 소고기 육회 같다고나 할까? 좀 느끼하다 싶은 수육을 먹다가 육회를 먹으니 참 상큼했다.
부위별로 종류별로 고래 고기를 즐길 수 있었지만 가격이 좀 비싼 게 흠.
고래고기가 원래 비싼지는 잘 모르겠다. 우연히 걸려 죽은 것만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시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비쌀 것 같기는 하다. 리필을 하면서 종류별로 이렇게 한 접시 먹는 값이 오만원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맛을 보고 싶은 분께는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