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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늘에 대하여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9/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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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일본 스러운? 책이다. 책의 디자인도 그렇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산문선 이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은 예전에 '아니 프랑수아'가 쓴 '책과 바람난 여자'에서 극찬을 한 책이다. 본래 제목은 '음예예찬'이라는 한자어 인데 '음예'라는 말이 그늘의 어두움 같은 것을 얘기하지만 딱히 쉽게 표현할 말을 찾는 것이 어려워 제일 느낌이 가까운 '그늘'로 제목을 번역했다고 역자는 쓰고 있다. 뜻은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말 자체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다보니 소개하는 데도 제각각이다. '책과 바람난 여자'에서는 '어둠의 예찬'이라는 표현을 썼다. 뜻은 더 정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의 느낌이 영 마땅치 않다. 왜냐하면 여기서 '음예'는 그리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진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늘진 컴컴함의 멋이라고 할까.

이 책은 1930년대에 쓰여진 것이다. 일본의 옛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일본 고유의 미와 미의식을 세심하게 음미하고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상의 아주 사소로운 것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번역자 '고운기'는 국문학을 전공한 분인데 그런 배경 탓인지 시종일관 느껴지는 어투가 아주 옛스러운 것이 이 책의 분위기와 내용 딱 맞게 번역되어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과 문체가 잘 어우러지는 맛이 난다. 잘된 번역이다.

책의 중간 중간 저자가 일본 특유의 전형적인 느낌을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름대로 자신의 주장과 고집스러운 얘기를 공간을 할애해서 주욱 해놓고 끝에 가서는 사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라는 식으로 살짝 옆으로 비켜서는 인상을 준다. 뭐랄까 도대체 자신의 주장이 어떻다는 건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 수 도 있는 애매한 느낌의 마무리다. 말미에 중립적 입장으로 갑자기 돌아서면서 저자의 시각은 아주 균형 잡힌 것이라는 것을 환기라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프로스트적인 심미안은 훌륭하다. 옛 가옥의 실내 모습, 어두운 조명 속에서의 공연, 일본의 옛 여인을 어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써 내려간 글을 읽노라면, 집안을 등을 당장이라도 꺼놓고 작은 불빛 하나만 살려 책을 다시 펴들고 싶게 만든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며 실제로 몇 번이나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실제로부터 발달하는 것으로, 어두운 방에 사는 것을 부득이하게 여긴 우리 선조는, 어느덧 그늘 속에서 미를 발견하고, 마침내는 미의 목적에 맞도록 그늘을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다소 꿈보다 해몽에 가까운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이 말이 이 책 '음예예찬' 전반에 흐르는 기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검게 물들이고 얼굴과 손을 빼고는 철저하고 깊숙히 옷과 어둠이라는 테두리에 감춘 옛 일본 여인의 모습을 저자의 어머니로부터 떠올린다. 어둠 속에서 감추어져 영영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실체는 사실상 몸뚱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미지가 반복되어 나온다.

이외 다소 신변 잡기적인면이 두드러지고 작가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 얘기로 흘러가는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과 해학적인 풍경을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분위기가 재미를 배가 시킨다.
그로태스크 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소위 공중에 걸쳐 있는 듯한 화장실 얘기, 강변 절벽에 접한 음식점 화장실이었는데 그 화장실 아래는 나비가 훨훨 날아 다니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해서 변이 허공을 지나 그 아래로 낙하하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늘에 대한 얘기를 한 참 하다가 느닷없이, 요시노라는 지방의 토속음식으로 얼린 연어와 감잎을 이용해서 만드는 스시 부분이 나오는데,
배가 한 참 고픈 상태에서 읽는 바람에 너무너무 먹고 싶은 것으로 상상 속에 남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나라에 유명한 식당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것을 맛보러 일부러 갈 일이야 없겠지만 언제가 기회가 되면 꼭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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