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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에 비친 달빛

일상의 발견 2007/07/31 19:25

내가 바다를 처음 직접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부산에 내려가 월내라는 작은 어촌 바닷가에서 였다. 그 뒤로 대학 가기전까지 피서를 간다하여 한 두어번 더 바다를 갔지만 나의 성장기에 있어 바다는 가깝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바다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나 기억은 별로 없다.
어렸을 때 툭하면 부모님 손잡고 들어갔던 극장에서 율리시즈나 십계, 그리고 벤허를 너무나 인상 깊게 본 기억은 있다. 거기서 어느 장면이었는지는 몰라도 고독한 주인공이 비련의 여인과 사랑을 속삭일 때인지 밤바다 장면이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취학전이지 않았을 까 싶은 어린 나에게 일렁이는 검은 바다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달의 모습이 환상처럼 강하게 다가왔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영화 촬영은 대부분이 실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을 테니 내가 본 것은 조명이었을테지만...
나는 잔잔한 검은 바닷물 위의 달 빛이 주는 환상을 잊지 못한다.

얼마전 해운대에 갔다가 숙박을 하던 중 늦은 시간 잠을 청하려 하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달빛이 훤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의 시작인 그 곳의 바깥 풍경이 궁금하기도 했고 워낙 밤 잊은 요란함이 느껴져 갑자기 나와보고 싶어 대충 챙겨 입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시끄러운 해운대 바닷가를 지나 동백섬 주변으로 가다가 갑자기 나의 눈에 띈 밤바다의 달빛!
나를 어느새 예전의 영화 속 풍경으로 데리고 가는 걸 느꼈다. 잔잔하지만 호수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수면 위로 환한 달 빛이 아름다왔다. 나는 이걸 카메라로 담을 수 있을지 자신 없다는 생각을 하며 무슨 작가가 된 양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역시 맘처럼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수동 기능을 거의 활용할 줄 몰라 자동 기능을 쓰고 있고 어두운 밤바다를 찍으려니 노출 시간이 길어 손의 흔들림을 피할 길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방파제 위에 올라 카메라를 무릎에 놓기도 하고 방파제에 직접 올려 놓기도 하며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시도도 해 본다. 아무래도 나의 그 자리에서의 느낌은 전혀 담아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흔들림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좀 났다. 여기서 찍은 몇장을 올려 본다. 컴컴한 바다에 이 정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 수 밖에 없겠다. 나중에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사진을 찍을 날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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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유람하는 배도 지나갔다. 해안가에서 볼 때는 멋있는데 과연 그 안에 타고 있어도 멋있을까? 알길은 없지만 유람선은 멋지게 밝은 달 아래를 지나쳐 동백섬을 향해 고요히 미끄러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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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멋진 조명의 광안대교를 앞에 두고 밤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찍어 보았다. 그 사람은 가로등 조명 아래 묵묵히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다. 고기를 낚는 걸까? 세월을 낚는 걸까? 밤 바다의 고요함과 멋진 풍경이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을 그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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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그렇게 있으면서 쓸쓸함을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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