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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식견문록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9/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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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어디에선가 그 사람의 책을 보았다 싶었더니 예전 교보문고에 갔을 때 봤던 책의 저자였다. 이름이 별나다 싶어서인지 기억에 남아있던 것이다. 당시에 내가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고 다니던 코너는 책에 대해 쓴 책들, 소위 서평같은 것들이 꽂혀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제와서 찾아보니 '대단한 책'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았던 것 같다. 저자가 주간지에 연재하던 서평과 독서 일기 같은 것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었다.
하루에 7권씩 20년을 책을 읽은 열렬한 독서가로 알려진 '요네하라 마리'.
다소 과장 됐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하여간 대단한 독서가 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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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러시아어 통역사로서 유명한 저자는 글을 워낙 잘 써서 소설이나 에세이 상을 여러차례 받아 인정받는 작가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토록 책을 많이 읽었으니 도가 텄을 것이다.
당시 '대단한 책'을 사지는 않았고 근래 인문 서적의 신간 코너에서 '미식견문록'을 보며 몇 번이고 그냥 지나치다가 왠지 마음이 끌려 사게 된 것이다. 사실 음식에 너무 국한된 책같고 풍물을 소개하는 잡기적인 책같아 별로 내키지 않았기에 처음에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나 내가 오래전 만지작 거렸던 그 책의 저자라는 생각으로 연결이 되자 그 이력을 감안할 때 내공이 장난 아니겠다. 사야할 운명으로 내앞에 다시 나타난게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막상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 풍부한 배경 지식과 위트있는 전개, 무엇보다도 글을 편하고 재미있게 써서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정말 쏙 빠져들어 맛깔진 음식 뿐만 아니라 글 맛을 느끼게 한다.

"맛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난생 처음이다. 만드는 법은 터키 꿀엿과 비슷할 것 같지만 확실히 그것보다 백배는 맛있다. 게다가 처음 맛보지만 처음같지 않고 왠지 그리운 맛이다. ... 딱 한 입. 그 한 입에 나는 할바에 홀딱 반했다. 아아, 할바 먹고 싶어라."

"18년 전에 단 한 번 먹어본 잊을 수 없는 그 맛! 아, 언제 다시 먹어볼까나. ... 왔다! 어느새 물고기가 걸려든 것이다. ... 팔딱 팔딱 몸부림치더니 세번째 팔딱하기 전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만져보니 딱딱한 몽둥이같다. ... 요리사는 물고기 덩어리를 양손으로 잡더니 조리대에 고정된 대패 위를 몇 번 왔다갔다 했다. 꼭 목수가 대패질하는 모습이다. ... 이 '대팻밥'에 얇게 썬 양파를 버무려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먹는다. 입에 넣는 순간 '대팻밥'이 사르르 녹으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입속에 번져 나갔다. 아, 이 행복."

"이런 먹보가 며느리로 들어와서는 집안 말아 먹겠다고 걱정하셨겠네."
"아니, 당신 아들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먹어댈리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삼촌은 눈을 감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역 도시락은 팔각 도시락으로 해라..." 내게는 이 말이 그 일주일 뒤 세상을 뜨신 삼촌이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한마디까지 웃음과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마음이 푸근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얘기가 많이 들어 있어 더할 나위없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책의 서두와 표지에 '로쟈의 인문한서재'의 저자 이현우가 "요네하라 마리의 컬렉션에 한 권을 추가하게 됐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한 저널리스트 고종석은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생 전에 한 번 만나봤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숭배자이기도 하다"라고 하고 있다.
뭔가 '요네하라 마리'의 광 팬 분위기가 느껴진다. '알랭 드 보통'이나 '수잔 손택',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소위 오타쿠를 몰고 다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요네하라 마리'가 좋아졌다. 그의 책이 출간 된 것을 찾아 보니 4권 정도가 나온다. 다 사서 봐야겠다.

안타까운 것은 1950년 생인 저자가 2006년 56세를 일기로 암때문에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저작을 읽을 기회는 없는 것이 미리부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전에 '이우환'의 '시간의 여울'을 읽었을 때 그 번역자 '남지현'이 후기 맨 마지막에 쓴 글이 떠 올랐다.
"평소 보석같은 책을 발견했을 때, 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 기를 쓰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들..."

'미식견문록'은 어느새 그 반열에 올라 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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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조식'은 미식견문록의 원저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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