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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2009/09/20 21:58
모처럼 맛집 순례를 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데 왠 냉면일까? 물론 요즘 냉면이야 계절에 거의 무관한 음식이 되버렸기도 하고 그 만큼 나는 냉면을 좋아하기도 하다. 얼마 전 때마침 회사 일로 업체 방문차 마포 근처에 갈일 있었는데 점심시간을 놓쳐 간단히 홀로 때워야 할 상황이었다. 평소같으면 사무실 근처로 복귀해서 대충 먹고 들어갈 생각을 했지만, 이 날만큼은 평양냉면 지존의 하나로 예전부터 유명한 '을밀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1시가 넘어서 점심치고는 늦은시간이라 그리 붐비지 않을거라는 기대를 했다. 을밀대는 약 10년전 쯤에 가보고 못가본 것 같다. 차량 내비게이터에 을밀대를 찍고 방향을 틀었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니 당시 시장 골목 같은 곳에 식당이 있고 길이 좁아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드디어 을밀대 앞에 도착했는데 근처 골목에 유료로라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 해도 도무지 그럴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 아래 문 앞에서 서있는 서너명의 사람들... 이 시간에도 줄을 서 있네 싶고 차 댈 곳도 없고 잠시 망설였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기필고 맛을 보고 가리라. 전의를 불태우며 차로 주변을 다시 한 바퀴 돌아 구립 문화센터같은 곳을 찾아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후의 작렬하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터덜터덜 걸어가니 그 새 다행스럽게도 줄이 없어져 있었다.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전의 작은 식당 외에 마주보고 있는 건물 일부를 좀 더 빌려 확장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 시설을 보니 CCTV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터치패널을 이용한 결재 시스템도 갖추고 최첨단을 자랑한다. 별관에 해당하는 자리로 안내를 받아 앉았다. 물냉면 한 그릇을 주문하고 둘러 보니 빈대떡을 입구 옆에서 부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의 특징 중 하나가 빈대떡이다. 먹음직스러운 놈을 보니 여럿이 일행으로 왔다면 시켰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뭐니뭐니 해도 물냉면이다. 드디어 나왔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게 아주 시원해보였다. 육수를 먼저 들이켜 본다. 흠... 아주 소박하고 깔끔한 맛이다. 기교나 꾸밈이 전혀 없는 그러면서도 입에 착 달라 붙는 맛이다. 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어본다. 면발의 찰진 상태와 면의 맛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적당하게 쫄깃하면서 면의 맛도 적당히 간이 되어 감칠맛이 난다. 보통은 겨자를 넣어 먹지 않지만 왠지 이 육수는 겨자를 약간 풀어서 먹으면 최고의 맛일 것 같았다. 겨자를 약간 풀어 넣자.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후루룩 후루룩 뚝딱 춘향전에 이도령이 거지차림으로 게걸스럽게 먹었다던 말그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나오면서 차를 가져온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근처 건물을 하나 가리키며 그곳에 세우면 주차권을 해준다고 했다. 전화를 해서 그 주차가 가능한 건물명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나의 평양냉면 랭킹에서는 5위이지만 겨자를 함께한 냉면이라고 하면 이 곳이 단연코 으뜸이다.
일상의 발견 2007/11/16 21:35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대구에 내려갔다가 밀양을 들릴 일이 있었다. 대구-부산간의 민자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밀양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깊은 산골이었던 것 같다. 얼음골, 표충사가 유명하고 사자평 억새밭을 가고픈 등산객 들에게나 가끔씩 회자되는 곳.
이곳을 지나치다 보니 밀양 영화 촬영지라고 소개되는 백년 넘은 울창한 소나무 숲도 눈에 띈다. 밀양과 청도의 경계 지점에 작은 시골 기차역이 있고 그 주변이 적은 가구의 동네가 형성 되어 있는 마을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동면이다.
거기에 오늘 내가 소개하고 픈 맛집 '진아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인 올갱이나 올뱅이로 잘 알려졌지만 표준말로는 다슬기의 맛집이 거기 있다. 본디 충청도에서 많이 먹어 된장국 구수하게 푼 충청도 스타일의 올갱이국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남도 지방 역시 지리산 자락이나 섬진강을 중심으로 이의 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동인지 고둥인지 또는 그 독특한 발음인 고디라는 말을 쓰는데 밀양에가니 고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진아식당은 오래된시골 길가 점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주차장은 바로 옆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 좁고 길 건너 기차역 앞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편하다. 고즈넉한 시골 기차역 전 모과나무에 탐스런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동네 강아지가 식료품점 주인 아저씨 앞에서 재롱을 떠는 정겨운 모습을 보며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에 들어가 함께 갔던 일행들과 고동국과 고동회를 시켰다.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 서초동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꿈을 키워가던 시절 사무실 건너편 충청도식 올갱이해장국 집에 자주 드나들며 투박한 이 요리를 즐겨 먹던 기억이 난다. 숙취 후 따스한 국물로 속을 가라앉히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 후 수년 전 소백산 등산을 위해 단양에 들렀다가 올갱이 해장국을 시켜 놓고 잔뜩 기대한 뒤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다슬기 특유의 향기와 고소한 그 예전의 맛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다슬기의 모양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맛도 느낌도 나지 않은 그 기억이다. 아무래도 중국산으로 냉동 가공되어 들어온 다슬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요새는 시골이 더하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곳 진아식당은 그 작고 보잘 것 없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때문인지 쉴새 없이 손님이 들고 나갔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 들이 많았다. 여기는 수입산을 쓸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고동회가 먼저 나왔다. 다슬기를 삶아 무친 것이니까 말이 회이지 사실은 무침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하나를 들어 먹어 보았다. 오동통한 다슬기 살이 입에 씹히면서 삶아서 깐지 얼마 되지 않은 다슬기의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오래 전 여름밤 가족이 둘러 앉아 이쑤시개 며 바늘이며 들고 앉아 까먹던 그 맛이 기억난다. 다슬기 요리가 비싼 이유는 이러한 다슬기가 요즘 급속히 줄어 잡기도 힘든 데다가 바로 이렇게 까야 하는 공임값이 더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잠시 먹고 있으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슬기 삶은 물이라고 하며 컵에 푸른 빛이 도는 물을 주고 간다. 간에 좋고 약으로 다려 먹는 거라는 말에 단숨에 들이켰다. 별 맛은 없었고 그냥 심심하면서 끈끈한 그런 맛이었다.
잠시 후 고동국이 나왔다. 일단 된장을 전혀 쓰지 않아 충청도 식과는 전혀 달랐다. 부추와 콩, 들깨 같은 걸 쓴 것처럼 느껴져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에 고소한 뒷맛이 느껴진다. 처음 느낌은 너무 부드러워 오히려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한숟갈씩 먹다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쳐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마지막 한 숟갈을 아쉽게 사진 한 장 찰칵..
가을에는 청도, 밀양을 한 번 다녀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청도의 지천으로 널린 감나무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풍성한 마음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감을 그자리에서 따서 파는 걸 사는 재미도 추가 보너스다. 그리고 밀양으로 넘어와 그야말로 향토색 진한 맛과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고동국을 먹는 것도 즐거움을 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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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2007/10/16 12:32
옥천냉면은 옥천면 냉면집의 가장 대표격인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규모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맛에서도 그렇다. 식당 이름이 동네 냉면의 대표 이름을 차지한 것부터가 어느 정도 대표성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고읍냉면 소개에서도 말했지만 옥천면의 냉면 맛은 평양냉면이 갖는 맛의 완성도 면에서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아주 강하다. 아마도 평양냉면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보편적 조건과 달리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완자나 무 김치 얘기는 이미 했으니 오직 냉면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겠다.
강하게 끌리는 육수의 맛은 옥천 지역의 냉면이 갖는 공통점인데 고깃국물의 진한 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은 한국경제 기사인 “한은구기자의 맛따라 길따라”를 보면 돼기고기 육수로만 만든 육수라고 한다. 정말 특이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는 평양 물냉면은 보통 육수도 한 가지만 쓰지 않고 쇠고기 육수를 함께 쓰는 데다가 동치미 국물을 최소한 함께 해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옥천냉면은 오히려 한가지만 쓰는 그 이유 때문에 강하게 끌리는 독특한 맛이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이 옥천냉면 집의 육수에서는 마늘 냄새 같다고 할 까? 하여간 육수의 상큼한 뒷맛이 매우 독특하다. 이 맛은 다른 어느 냉면집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향으로 이 집의 고유한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그 맛이 이 집을 이 옥천면에서 가장 큰 대표 냉면집으로 클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자평 해본다. 이렇게 크다 보니 6번 국도 큰 길가에 분점이 하나 더 있어왔고 재작년인가 이 분점이 더 커져서 확장 공사까지 했다. 10여년 전 설악산을 다녀올 때 처음 들른 곳이 바로 이 6번국도 변 분점이었다. 옥천냉면하면 이 집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손님들이 이렇게 많다보니 말도 많은 건지 완자의 크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예전에는 옥천면의 큰 구별점의 하나가 커다란 완자였는데 옥천냉면집의 완자는 우리가 보통 보는 완자의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정확히 비교할 길이 없어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자꾸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9000원짜리 완자가 양이 많다보니 반접시 메뉴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는데 굳이 메뉴판에 써 있지는 않고 반접시 주문하는 이에게 반접시는 5000원이어야 한다는 불이익을 구두상으로 알려준 뒤에야 확인을 받고 가져다 준다. 왜 500원을 더 받아야 하는 지 나는 지금도 이해는 안 가지만 그게 여름에 길게 줄서서 간신히 냉면을 먹는 손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옥천면에서 냉면을 먹으려면 이 집이 제격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집의 완자가 더 크고 맛있고 사이다를 줄 지 언정 냉면 육수의 맛은 한 수 앞서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에서 6번국도를 따라 양평으로 가다 보면 국수리를 지나 신학대를 들어가는 입구 고가도로를 지나 양평읍에 다다르기 전 SK인천정유 주유소를 지나면서 왼쪽에 옥천냉면 간판을 붙인 근사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분점이다. 본점은 그 분점 뒤로 뻗은 길을 따라 옥천면 사무소를 지나면 그 옆에 40년 전통 옥천냉면(구 황해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집이다.
이 집은 나의 평양냉면 집 랭킹 4위에 해당한다.
일상의 발견 2007/08/22 18:11
나의 냉면 사랑의 평양 냉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랭킹이 올라갈수록 이제 진정한 정통 평양냉면 맛에 가까이 가고 있다. 퇴근 후 회사에서 갑자기 냉면이 너무 먹고 싶어 번개를 가기로 하고 내가 한 번 쏘겠다고 하고 회사 게시판에 선착순 모집을 했다. "나의 냉면 랭킹 2위집 가실 분"을 찾는 다는 말에 3명의 지원자가 생겼고 함께 안세병원 사거리 뒤에 위치한 '평양면옥'을 향했다. 평양면옥은 장충동 족발거리 앞의 아담한 한옥을 개조한 집이 본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본점, 지점의 관계인지 별도로 독립해서 운영 중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두 곳은 같은 집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관계사?다. 주인 할머니의 아들인 것 같은 분이 장충동의 집을 항상 지키고 있고 주인 할머니는 안세병원 쪽 가게에 늘 계시는 것같다. 나는 본래 장충동에 있는 집을 즐겨 다녔고 안세병원 사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재작년에부터인가 있다는 걸 알고 거리가 가까워서 다니게 된 것이다. 두 곳의 맛과 메뉴는 똑같다. 고개를 둘러보면 여느 유명한 집처럼 매스컴에 등장한 화보가 잔뜩 붙어 있는데 유독 탈랜트 신구의 애정어린 단골집 소개 기사가 눈에 띈다.
냉면의 역사적 고찰을 하신 분의 블로그 '찬별은 초식동물'을 들어가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고 문헌에는 잘 등장하지 않은 음식같다.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것일까? 1900년대 초의 신문 기사에는 평양의 냉면가게에서 주로 발생하던 식중독 사건을 통해 상업적인 냉면의 존재를 접할 수 있을 뿐이라고했다. 뿌리와 역사가 깊을 것 같은 냉면이 왜 역사적인 문헌의 흔적이 약할까? 내 나름대로는 이북 지역의 깊은 산골의 서민 음식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오늘 소개하는 '평양면옥'은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기보다 그리 오래된 곳은 아니다. 간판 있는 곳에는 3대째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는데, 주인 할머니의 부모대에서 평양에서 냉면집을 한 것 같다. 70년대 후반에 개업한 걸로 봐서는 할머니가 평양지역에서 내려온 분이지만 와서 처음부터 냉면집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냉면의 완성도와 맛에 있어서는 아주 훌륭하다. 이 냉면의 면발은 냉면 특유의 밝은 누런 빛을 띄고 있고 메밀과 전분이 적당히 배합되어 아주 찰지고 맛깔지다. 육수 또한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적절한 배합에 동치미 국물이 가미된 맑고 깔끔한 맛을 보인다. 냉면 위에 올라가는 꾸미로는 흰 무우김치, 쇠고기 한조각과 돼지고기 두조각, 계란 반조각이다. 가장 전형적인 세팅이다.
먼저 그릇째 육수를 한 모금 맛을 본 뒤 면을 한 저름 잘라 입에 넣고 살짝 새콤한 무우김치와 곁들여 아삭아삭한 오이지를 함께 씹으면 몰아지경에 빠질 정도의 냉면 맛이 느껴진다.
깔끔하고 입에 착 붙는 육수와 맛깔진 면발이 평양냉면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이고 이 평양면옥을 그것을 거의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함께 갔던 일행도 순식간에 뚝딱 해 치웠다.
이 집은 평양식 만두가 또한 아주 맛있는데, 내가 먹어본 평양식 만두 중에는 제일이다. 나는 아직 더 맛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두부와 숙주나물 소가 꽉 들어찬 이집의 평양 만두를 먹어보면 이토록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 있을 까 싶다.
나는 중국 만두도 그렇지만 웬만한 평양만두라고 먹어 보면 너무 느끼해서 쉽게 질리고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집은 다르다. 접시만두라고 하는 찐 만두와 만두국을 시켜 먹어보면 배는 불러도 입에서 자꾸만 당기는 그런 만두 맛을 볼 수 있다. 만두국은 특히 맑은 육수에 고기 다대기가 살짝 들어간 아주 독특한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다니던 이 집의 냉면 값이 갑자기 비싸진게 좀 아쉬울 뿐이다. 여기는 한 그릇에 8000원한다. 내 기억으로는 6000원이었는데 갑자기 30%나 올라갔다. 어쨌든 진짜 정말 평양냉면의 맛을 보려면 이 집의 냉면은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내가 평가한 이 집의 평양냉면 랭킹은 2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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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2007/08/15 11:30
복 요리집의 대표적 음식이라면 복 매운탕이나 지리일 것이다. 비싼 코스 요리를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칼칼하고 시원한 복어 국물의 맛을 느끼는 탕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복어하면 값이 워낙 비싸서 학창시절 같은 때는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굳이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담백하고 깔끔한 복어요리집을 찾기 시작했는데 특히, 음주 다음날 점심 메뉴로써 해장하기에는 복지리가 아주 그만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부산 광안리 근처 아주 허름한 복요리집이 맛의 내공이 아주 높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듣게 되었다. 그것도 부산에 오래 전부터 사시는 어르신들이 잘 찾는 집이라는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선호하는 집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얘기니까 또하나의 맛집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찾아갔다. 찾는 길은 쉽지 않았다. 남천동 끝자락 광안대교가 시작하는 자리에 메가마트라는 대형 마트가 있는데 그 옆 골목 초입에 있다. 그곳은 다소 혼잡하고 재래식 어시장 같은 곳이 있어서 늘 차량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부산 지역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빵집 OPS가 탄생한 동네라고 듣기도 했다. 과연 그곳에는 OPS가 OPS답지 않은 예전스타일의 모습으로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말이 잠깐 샜다. 내가 찾는 그 집은 그 골목에서도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주택의 모양으로 있기에 간판을 잘 살펴보고야 눈에 띄었다. 그 집은 '청해 대복집'이다. 일반 가정집의 모양을 한 입구 양 쪽에 황금 돼지 두마리를 대문자리 위에 붙여 놓은 것이 참 이채롭다. 입구에 붙은 간판이 떨어져서 좀 을씨년스럽기는 했지만 그저 주인이 마케팅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내가 찾는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분이면 무슨 문제일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섰다. 당초 생각으로는 참복 지리 맛을 보는 것이었다. 가정집을 개조한 실내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집 마당에 범상치 않은 간판이 비를 맞고 서 있었는데 내용인 즉 '복냉면'을 한다는 것이었다. 냉면의 진정한 매니아 임을 자부하는 내가 그 맛을 안 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그저그런 냉면으로 소위 입맛 버린 기억이 한두번이 아닌 터라 잠시 짧은 갈등... 결국 복냉면의 맛을 보기로 결정했다. 범상치 않은 그 집의 고집스런 분위기도 느껴졌거니와 아니면 또 어떤가 싶은 생각. 게다가 부산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냉면집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작용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아닌지 한참을 걸려 나왔다. 역시나 복냉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면 위에는 복수육이 얹혀 나온다. 모양은 일단 합격수준.. 뭐니뭐니해도 제일 먼저 나를 초조하게 만든 육수의 맛이 궁금했다. 일단 사진부터 한 장 찰칵 찍고 숟가락으로 육수부터 살짝 떠서 맛을 음미해본다. 우와~ 복어 육수였다. 맛이 깔금하고 담백한 복어 지리 특유의 그 육수였다. 그렇다면 이건 진짜 제대로 복어를 이용해 만든 진짜 복냉면이라고 부를 만한 것 아닌가? 맛이 너무 부드럽고 깔끔해서 좀 심심하다 느낌이 들 정도 였는데, 난 그대로가 좋았다. 약간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겨자와 약간의 식초를 넣어도 괜찮겠다 싶다. 복어 육수를 내어 차갑게 식혀 만든 육수는 전에 본 적 없는 정말 훌륭한 여름 별미를 느끼게 했고 역시 부산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선의 육수라 그런지 뭐랄까 국물에 약간의 찰기가 느껴져 거품이 좀 많이 생기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면을 기계를 이용하여 직접 뽑은 것 같아 면발도 아주 훌륭했다. 부산에 가게되면 이 집을 종종 애용할 것 같다. 여름에만 하는 메뉴가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지금도 시원한 복냉면의 삼삼한 맛이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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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2007/08/14 00:24
예전 고래 포획이 불법이 아니던 시절에는 고래고기는 바닷가 사셨던 분들에게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 같은 내륙 사람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일식 집이나 횟집에서 한 두 점 접해 본 게 다였고. 몇 년 전 일이 있어 지인들과 포항지역을 함께 다니러 갔다가 횟집에서 제대로 된 고래 고기를 만나게 되었다. 삶아서 식힌 고깃결은 마치 쇠고기 같이 뻣뻣했는데 멸치 비린내 같은 것이 나는 독특한 느낌이었지만 맛있다거나 즐길만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고래 포획을 반대하는 환경 단체의 운동도 느껴지고 뭐 굳이 고래 고기 먹지 않아도 먹을 거 많은데 거기서까지 식도락을 찾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런 고래고기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 다니러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고래고기의 이미지를 확 바꿀 맛을 볼 수 있다는 곳을 가게 된 것이다.
그곳은 서면의 영광도서앞에 있는 포장마차이다. 정식 명칭은 울산 고래고기 전문 포장마차이다. 서면 역에서 내려 영광도서를 찾아 가기는 아주 쉽다. 문제는 그 곳에 포장마차가 꽤나 여러 개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생면부지의 그 포장 마차를 찾아 낼까 하는 걱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고래고기 포장마차가 워낙 유명해서 비슷한 아류 포장마차가 군데군데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어렵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그득한 그 곳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여름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포장마차 자체보다는 그 옆에 노상에 플라스틱 탁자들 중심으로 옹기 종기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마음 좋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고래고기를 썰고 있는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고 아저씨가 썰어 주는 대로 먹는 기본 한 접시를 시켰다. 어차피 한가지라 메뉴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단지 양 적게 좋은 부위만 먹고 싶을 때는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는 그냥 아무 말도 않고 접시 위에 무엇부터 나올까 기다렸다.
먼저 간장과 야채를 버무린듯한 소스부터 한 그릇 나왔다. 깨소금 통이 있기는 했는데 그건 기본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고래고기의 초보인지라 딱히 나의 요구 사항을 얘기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먹을 참이었다.
맛 보기 몇 조각이 썰어져 나왔다. 예전에 본 두툼하고 질긴 고래 고기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이유인지 상대적으로 얇게 저며져서 나왔다. 까만 고래 피부가 연상이 되었다. 하얀 것은 지방층인가 보다. 먹어 보니 기름 같기는 한데 전혀 역겹지 않다. 특이한 맛이다.
그런데 정말 감탄스러운 것은 바로 소스의 맛이었다. 양파와 미나리를 썰어 놓은 달콤 짭짤한 그 소스의 맛이 고래고기의 맛을 훨씬 맛나게 하는 찰떡 궁합이었다.
왼쪽 사진은 뱃살 부위다. 맛을 음미하며 미식가의 모습을 하며 눈을 감고 먹었다. 내가 자주 먹을 수 있는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려했던 과거의 기억을 일소하는 맛이다. 역시 사람들이 알아주는 곳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오른 쪽은 오도독한 독특한 느낌의 지느러미다.
한 참을 먹다가 나는 주인 아저씨에게 이 고래가 무슨 고기냐고 물으며 혹시 돌고래 같은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아차, 내가 실수했나 싶었다. 아저씨 표정이 바로 굳어지면서 참고래라고 했다. 돌고래는 냄새가 많이 나서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가 그 자리에서 30년 장사하며 맛과 신용으로 단골에게 인정받는 다고 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며 짚은 말이 아저씨에 실례가 되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국 어디서건 맛보러 안 오는 곳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고래 고기를 맛보려 했다면 찾긴 제대로 찾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접시를 거의 비워가는데 아저씨가 아주 잘 아는 단골 손님이 온 것 같았다. 거의 ‘형님!’하는 분위기다. 그 손님을 앉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아저씨가 소주 잔을 들고 함께 한다. 그 때 아이스 박스에서 신문지에 꼬깃꼬깃하게 싸 놓은 덩어리를 꺼내는데…
익히지 않은 빨간 고기 덩어리였다. 한 접시를 썰어 그 손님하고의 자리에 들고 간다. 주인아저씨 자신이 먹으려고 따로 놓아둔 것 같았다. 나는 주인아저씨가 일하는 바로 앞에 앉은 덕에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구에게 안 주는 고래 육회를 몇 절음 맛볼 기회를 가졌다. 생선 냄새가 살짝 나는 소고기 육회 같다고나 할까? 좀 느끼하다 싶은 수육을 먹다가 육회를 먹으니 참 상큼했다.
부위별로 종류별로 고래 고기를 즐길 수 있었지만 가격이 좀 비싼 게 흠.
고래고기가 원래 비싼지는 잘 모르겠다. 우연히 걸려 죽은 것만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시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비쌀 것 같기는 하다. 리필을 하면서 종류별로 이렇게 한 접시 먹는 값이 오만원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맛을 보고 싶은 분께는 강추.
일상의 발견 2007/08/06 19:03
도곡동 마천루 숲 사이에 위치한 반트라는 스포츠센터 건물 안에 부촌 동네를 의식한 엄선된 음식점들이 위치하고 있다. 사무실이 있는 동네라 오래 전부터 오고가던 중 그 곳에 어떤 음식점들이 입주할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중 갈비집이 들어온다고 해서 좀 의외였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들은 바이지만 갈비 냄새를 절대 풍기지 않겠다고 확약을 하고 들어 왔다고 한다. 정말 그 집은 갈비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냄새를 빨아들여 제거하는 시스템이 그처럼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곳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맛도 아주 훌륭하고 인테리어도 워낙 고급스럽게 되어 있어 중요한 손님 접대하기도 그만이다. 갈비 집이지만 짙은 고급 탁자와 은은한 조명, 세련된 음악, 와인리스트와 소믈리에 같은 사람이 나올 것 같이 생긴 집이다. 일본에서 손님이 와서 몇 번 가보고 가족들 행사가 있을 때 다녀보았는데 오로지 문제라면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비싸다는 거다.
그곳에 특별한 냉면이 있다.
강원도 평창의 메밀을 사용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메밀의 함량이 높아 면발이 약간 독특한 평양식 물냉면을 맛 볼 수 있다. 메밀의 함량이 높다보니 면의 찰진 강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런대로 쫄깃한 맛은 유지한다. 면발의 색깔도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라 여느 집의 전형적인 것과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면발만 놓고 볼 때 막국수와 냉면의 중간적 느낌이 든다.
육수는 그 맛이 거의 완벽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냉면 육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깔끔한 고기 육수와 동치미의 이상적인 조화가 느껴진다.
12,000원이나하는 최고의 가격 때문인지 몰라도 자주 먹으러 와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가격의 선입견일까 비싼 만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방짜 유기 놋그릇에 넣어 나오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맛 또한 제대로 된 양반 분위기라고나 할까? 물론 그 높은 값에는 비싼 가게 동네의 입지 값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냉면 한 그릇을 먹고 나도 후식으로 차와 과일이 나오고 종업원 서비스 또한 아주 훌륭하니 귀족처럼 냉면을 먹고 싶을 때 가볼 만한 곳이다.
이 집을 방문할 때 마침 카메라를 들고 가지 못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 어두운 곳에서의 근접 촬영은 역부족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나의 리코 카메라 특유의 영상으로 기록해서 다시 올리고 싶다.
이 집의 맛은 나의 평양냉면 랭킹 3위에 위치하고 있다.
일상의 발견 2007/07/20 23:58
안흥찐빵이 십여년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나도 우리동네에 대리점인지 몰라도 그 이름을 써 놓고 판매하는 전문점이 있어 기대를 하고 사먹었던 적이 있다. 결론은 매우 실망이었다. 우선 앙꼬인 팥고물부터가 그리 썩 감흥이 오지 않았다. 오리지날은 원주 부근의 안흥에 가서 직접 먹어봐야겠지만 아직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하여간 첫 인상이 그렇다보니 그 뒤로 찾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부산 해운대 송정을 지나 기장군을 접어들면 기장읍내를 막 벗어나서 일광이라는 마을이 있다. 작은 어촌과 일광 해수욕장이 있는 곳인데 백사장도 그저그렇고 그리 눈길을 끌만한 것은 없다. 울산을 가는 길은 그 마을의 우회도로가 있어 마을은 들어갈 일이 별로 없고 특별히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가를 보고 싶거나 월내 같은 곳을 갈 때만 지나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상의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 마을 일광역앞 다리를 건너면 찐빵과 만두를 길가에 내놓고 하는 집들이 즐비하여 눈에 띈다. 집은 여러 집인데 원조 집이 어디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 너무도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집들은 길가에 찜통을 내어 놓고 파는 것을 애초에 만든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호찐방집은 본디 보통 가게건물에 들어 있던 분식집이 밖으로 나온 티가 나서 원조라는 기분이 든다.
주말에 해운대 지역에 머물게 되었는데 시간이 나서 기장군 주변을 돌아보다가 김이 뿜어져 솟아 오르는 만두, 찐빵집이 여럿 모여있는 걸 보고 궁금증이나 찐빵 하나와 고기만두 하나를 사서 바닷가로 들고가 호젓하게 앉아 먹었다. 만두 맛은 그냥 맛있다 정도 였지만 찐빵은 정말 예술이었다. 그 뒤 그 맛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번에 기장에 갔던 길에 서울에 오는 길에 사가지고 오겠다고 맘 먹고 때마침 장마철 폭우에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차를 돌렸다. 기장읍에서 동쪽으로 벗어나 서생, 일광 표지판으로 접어 들어 일광역을 지나 우회전을 하면 다리가 나온다. 아뿔사, 비바람 속에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우산을 받혀들고 그 찐빵집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싶어 나도 마음 먹고 그 대열에 섰다. 십여분을 서 있는 동안 끊임없이 차와 사람들이 섰다 내 뒤에 대열에 합류하기도 하고 포기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길가에 수증기 잔뜩 뿜어내는 찜기를 내어 놓고 장사를 하는 마케팅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지나가는 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하고 있었다. 다른 집들은 너무나 대조적으로 한산한게 딱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내 차례, 고생해서 서 있어서 많이 사려는 욕심이 앞섰지만 간신히 억제해서 한판은 먹고 두판을 서울 가져와서 또 먹어야지 하고 찐빵 세판을 사서 챙겼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차안에서 뜨거운 놈을 호호 불어가며 하나를 번개같이 해치우고 찻집에 들어가 체면 불구하고 찐빵 싸 놓은 걸 풀었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어가며 그리고는 또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주 전형적인 진한 팥 앙꼬와 찰지게 잘 반죽된 빵이 완벽한 궁합을 보여준다.
난 이렇게 맛있는 찐빵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참으로 맛있다. 일광 호찐빵의 특징은 뒷면에 있다. 오돌토돌한 돌기가 잔뜩 찍혀 있는데 혀에 닿을 때 느낌이 참 독특하다. 아마도 찐빵을 만들 때 놓은 채반에서 찍힌 모양인 것 같다. 마치 그 집의 진품 표시처럼 느껴졌다.
5개짜리 한 팩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서울 가져와서 다시 데워 먹어도 그 맛이 나야 할 텐데...
진정한 찐빵의 맛을 보려거든 일광에 한 번 가보시라.
일상의 발견 2007/07/17 00:19
나의 냉면집 찾아가기의 첫 번째 얘기로 옥천의 고읍냉면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은 소문난 냉면집이 많고 냉면집이 여럿 모여 있어 냉면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냉면을 즐겨 먹는 이가 아니더라도 옥천냉면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일 것이다. 6.25전쟁 통에 피란 내려온 이북지방 분들이 정착한 마을이라서 그렇다고 들었다. 가장 유명하면서 규모가 큰 곳은 옥천냉면이라는 간판을 건 곳이다. 나는 예전부터 이 집을 주로 다녔는데, 지금 소개하는 곳은 거기가 아니고 마을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옥천고읍냉면이다. 내가 옥천고읍냉면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고 제일 먼저 가본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없다. 때마침 묵탕국집 방문기를 쓴 부분에 추천을 해주신 분이 있어 가보게 된 것이다.
옥천고읍냉면은 옥천면 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때마침 찾아 간 날이 토요일인데다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시기라 마을 곳곳의 냉면집들이 저마다의 단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고읍냉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물어 물어 찾아간 그 곳은 주차장이 가득 차 좁은 골목에 아슬아슬하게 차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 일단, 손님들 모이는 건 확인한 샘이다.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신발이 식당 입구에 널려 있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나니 마침 마지막 빈자리를 차지해서 우리 뒤로 온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껴 앉고 서서 기다리는 분이 옆에 계속 서 있는 바람에 좀 마음이 불편하긴 했다. 그렇다고 양보하기도 좀 그렇고…
옥천 냉면의 특징은 어느 집이나 어른 손바닥만한 큼직한 완자 메뉴가 있다는 것과 고춧가루 가득한 양념의 단무지처럼 생긴 무김치를 준다는 것, 약간 진한 색깔의 면발에 있다. 고읍냉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완자를 시켜보니 내가 주로 다니던 큰 길가의 옥천냉면집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예전의 본디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옥천 냉면의 완자는 본래 크기가 매우 컸다. 아이 얼굴만할 정도로 큰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해가 갈수록 점점 크기가 줄어들어 요즘 완자는 예전의 독특한 큼직한 완자라는 개성을 잃어버릴 지경까지 갔다고들 했다. 그러나, 이 고읍냉면의 완자는 그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자 한 접시를 시켜서 어른 6명이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다. 맛도 예전 전통의 맛이다. 갈아 넣은 고기와 야채에 계란이 섞여 냉면만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약간의 부족감을 채워준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다른 분의 소개를 보니 이 집은 사리가 공짜라고 하던데 그것까지는 확인을 못했다. 단지, 내가 갔을 때는 사이다를 두 병 내어 오길래 ‘여기 안 시켰는데요’ 했더니 ‘서비스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고읍냉면은 사이다가 서비스로 나온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냉면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깔끔하고 적당히 진한 빛깔의 육수에 단출한 무우 채 고명, 약간 굵은 듯한 면발이 식욕을 자극한다. 어느 정도의 내공이 느껴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면발의 굵기는 여느 평양냉면을 기준으로 볼 때 굵은 편이다. 먼저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 보았다. 시원하고 고소한 맛에 투명할 정도의 기분이 들만큼 맛이 깔끔하다. 면발은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맛이 있었고 부드러워 굵은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절반쯤 먹었을까? 지나가던 주인 아저씨 같은 사람이 무김치를 섞어 드시면 더 좋다고 하는 것이었다. 보통 하얀 무김치를 넣어 먹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고춧가루가 많은 걸 섞어서 먹으면 맛이 달라질텐데… 나는 내 나름대로 평양냉면을 먹는 방식을 만들어 왔다. 나는 여간 해서 겨자나 식초를 넣지 않고 오로지 나온 그대로 먹는다. 식초는 본래 좋아하지 않아 전혀 넣는 일이 없고 겨자는 아주 가끔 넣을 때가 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가 하는 말이라면 내가 무시할 수가 없다. 고춧가루 범벅의 무김치를 풀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또 다른 맛이다. 옥천 냉면의 무김치 자체도 인기가 있어 냉면 먹으면서 무김치 한 접시를 다 비우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옥천의 평양냉면은 나의 경험 치로 볼 때 갖추어야 할 완성도 면에서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뭐랄까 정통 평양냉면 중에서도 좀 서민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고유의 당기는 맛이라고 생각할 때 옥천의 평양냉면은 언제나 나를 끌어 당기는 무엇인가가 있다. 옥천고읍냉면은 깔끔함과 투박함이 절묘하게 어울린 서민적 맛 그 자체였다.
나의 냉면랭킹 5위에 해당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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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2007/07/16 13:35
나는 냉면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나의 냉면에 대한 입맛과 사랑은 오랜 시간 동안 다져지며 변해가며 발전해왔다. 내가 냉면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 다닐 때이다. 어머니와 가끔 다니던 한식집에서 면발 가느다랗고 쫄깃쫄깃한 함흥식 비빔냉면을 먹고 거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몇 번 물냉면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도무지 밍밍한 이 맛을 왜 찾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자장면이라던가 그런 것에 견주어 전혀 좋아할 수 없는 음식이었었다.
세월이 흐르며 세콤 달콤한 함흥냉면에 대한 기호는 비빔에서 물냉면으로 옮겨갔다. 대학시절 학교 근처의 함흥식 물냉면은 언제나 즐겨 찾는 단골 메뉴였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 있는 맛있는 함흥식 냉면 집을 줄줄이 꿰면서 먹으러 다녔다. 롯데월드 극장 옆 쇼핑몰 푸드코트의 냉면집과 신사역에 위치한 함흥냉면 집은 당시 나의 단골집이었다. 이후 신사역에 있는 냉면집이 없어지면서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동호대표 방면으로 가다가 있는 함흥냉면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십여년 전 어느 날 필동에 있는 냉면집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곳은 함흥냉면이 아니고 평양식 냉면을 하는 곳인데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북 강서 지방 출신의 분이 직접해오신 곳이라고 들었다. 감자전분을 주로 한 쫄깃하고 가느다란 면발로 양념의 맛을 주로 하여 먹는 함흥냉면과 달리 평양 냉면은 메밀을 섞어 굵고 면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점 등이 다르다. 그 집은 맛의 깊이가 차원이 다르고 이젠 대부분 칠순을 넘었을 실향민 세대 분들이 고향의 진정한 맛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좀 생소한 정통 평양식 냉면이라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냉면 맛있다면 발벗고 찾아 다녔던 터라 가보기로 한 것이다. 필동 면옥의 냉면에 대해서는 별도로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난 그 뒤로 평양식 물냉면의 맛에 사로 잡히고 말았다. 굵지만 평양냉면 특유의 구수함과 감칠맛 나는 면발은 그 맛의 깊이가 함흥냉면의 그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이후로 십 년 넘게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평양 물냉면의 맛을 보고 내 나름대로의 랭킹을 만들어서 재미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발표하곤 한다. 이제부터 가끔씩 나의 냉면에 대한 얘기를 하나씩 연재하게 될 것이다. 냉면, 그 중에서도 평양식 물냉면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글들이 도움이 되고 또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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