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등산하기(1)
일상의 발견 2007/07/11 18:05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홀로 등산을 하는 건 2002년인가 소백산을 다녀온 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단지 산행을, 아는 사람 없이 했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산을 홀로 고즈넉하게 다녀온다는 거 아주 새삼스러운 독특한 경험이다. 양평의 용문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으로 우리 집의 뒷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능선을 택해서 다녀왔다. 약 한 달 전쯤 어머니를 따라서 익혀둔 산길을 홀로 가 본 것이다. 혼자 산을 가면 여러모로 다른 상황이 된다.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 스스로의 페이스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무슨 구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해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시간이 갈 수록 힘이 빠지게 된다. 아무래도 혼자 가게 되면 오버 페이스를 하기 마련이다. 누가 쉬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발걸음도 빨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집 뒷산의 등산코스는 산 초입에 난 임도를 따라 시작된다. 자동차 두 대는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약 1km 정도 완만한 경사 길로 뻗어 있는 길이다.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이 길가에는 산딸기가 유난히 많다. 난 산딸기가 이토록 흐드러지게 많이 달려 있는 숲을 본 적이 없다. 워낙 깊숙하게 들어온 오지의 길이라 그런 것 같다. 북한산 어딘가라면 진작에 누군가 다 따갔을 것이다. 

널찍한 길이 끝나면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등산로로 들어서게 되고 여기서부터 능선을 타면서 산봉우리를 몇 개 거쳐 우리집 앞인 소주골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능선을 타기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첫번째 봉우리인 헬기장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단번에 경사를 올라가며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았다. 너무 의욕에 넘쳤나 싶게 시작부터 빨리 가느라 무리를 한 것이다. 봉우리 정상에 일단 주저 앉아 물을 마시고 숨을 여러 번 골랐지만 다리에 벌써 힘이 빠진 걸 느낀다. 한동안 너무 운동을 안 했다. 운동부족을 절실히 느끼면서 반성해본다. 멀리 용문산 정상의 관측소가 제법 가까이 보인다.

봉우리 위에서 만난 마지막 산딸기가 유난히 탐스럽게 느껴졌다. 이후로 돌아오는 능선길부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완만한 내리막길과 오르막 경사길을 반복하며 능선을 따라가는데 오버페이스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다리에 기운이 계속 없었다. 날씨가 더운 날이라 태양의 기운이 다소 쳐진 늦은 오후에 출발했건만 땀이 비온 듯 흐르며 목이 타는 듯했다. 어머니 따라 산길을 가며 이런저런 풀과 나무에대한 설명을 듣느라 고개는 땅을 향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갔던 길인데, 내눈에는 다 똑 같이 생긴 풀과 나무라 기억을 되살려보려 해도 안된다. 산초나무나 산동백같은 게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하고 둥굴레 풀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것저것 비슷해서 헷갈리기만 한다. 능선 중간 해가 잘 안드는 곳인지 두터운 이끼가 덮여 양탄자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애국가에 나온 철갑을 두른 것 같은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요즘 소나무가 솔잎혹파리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곳 산의 소나무는 한눈에 봐도 튼실한게 건강해 보였다.
우리나라 여느 중부지방의 식생과 다름없이 흔한 참나무도 아주 많은 산이었는데 코르크를 만드는 두터운 껍질의 참나무가 많았다. 오른쪽의 사진은 보통 많이 보는 참나무이다. 왼쪽의 두터운 껍질의 참나무와 비교해보면 같은 참나무임에도 전혀 다른 모양임을 알 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