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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등산하기(2)

일상의 발견 2007/07/12 09:58

중간에 날파리 떼가 나를 따라오기 시작해서 산행 내내 왱왱 거리며 나를 성가시게 했다.

아주 잠깐 길을 잘 못 들어 숲을 살짝 돌아 등산로로 다시 진입하게 되었는데 마치 나의 심리적 상황을 아는 듯이 따라오던 날파리 떼가 더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는 기분이랄까? 나의 컨디션과 산행 상태에 따라 이놈의 날파리 떼는 나를 성가시게 하는 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 기분일지는 몰라도. 여지 없이 나의 빈틈을 노리려는 공격자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만일 내가 병이들거나 아주 유약한 상태의 산짐승이라도 되어 중간에 쓰려진다면 이 날파리떼는 여지없이 나에게 달려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흰색 티셔츠와 노란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밝고 화려한 색이 더욱 이것들을 끌어 들였나 싶기도 하다. 하여간 카메라 렌즈는 어찌나 좋아하던지 사진을 찍을라치면 렌즈 쪽으로 달라붙어 훼방을 하기 일쑤였다. 손으로 휘휘 젓고 재빨리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두 번째 봉우리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 날파리가 들러 붙어 기어이 함께 찍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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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나무나 풀을 공격하는 것도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건강한 나무나 풀은 벌레의 공격을 잘 안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나무나 풀을 보면 같은 종류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온통 뜯겨서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몰골을 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그런 이유라고 한다. 뭔가 상태가 안 좋은 거고 그걸 금새 알아차린 벌레들이 집중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냉혹한 생존 경쟁의 엄격한 자연의 질서를 느끼게 한다. 이것은 비단 숲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으로만 얘기할 수 있는 바는 아닐 것이다.

숲은 언제나 같은 상태로 계절을 반복하며 정지해있는 것 같지만 나무와 풀의 식생이 끊임없이 바뀌며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짧은 기간에는 작은 것들이 변화가 심하다고 하는데 잘 자라는 풀이나 나무의 종류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에 갔다가 작은 협곡을 지나게 되었는데 화산활동이 왕성한 그 곳은 계곡의 모양도 우리나라와 달리 급격하게 변화를 겪고 있었다. 비좁은 협곡을 따라 무너져 내리고 있는 흙더미들이 벼랑의 모습을 시시각각 바꾸고 있었는데 숲의 모습 또한 빽빽하게 자기들끼리 자리를 차지한 침엽수림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숨 넘어가며 마지막 손길을 내밀 듯 하늘을 향해 손 뻗은 몇 그루의 활엽수가 인상적으로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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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집 동네 용천리 소주골로 내려갈 분기점 길의 표지판까지 왔다. 집 근방에서는 가장 높은 지점에 왔다. 더 가면 집 뒤로 연결되는 또 다른 산봉우리로 가지만 거기는 하산길의 나무가 정리되지 않아 가기 어려울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꺾어져 내려가기로 한다. 잠시 쉬고 가려고 쪼그리고 앉았는데 손등에 모기 한 마리가 옳거니 하고 앉는게 아닌가? 내려가서 쉬자 싶어서 바로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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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별안간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 도착 알람이 연달아 두 번 들린다. 무슨 메시지? 귀찮아 내려서가 확인할까 하다가 일요일에 뭘까 싶어 산 중간에 배낭에서 전화기를 꺼내 확인해본다. 서울 지역의 오존 주의보였다. 맑은 공기 심심산골에서 산행 중인 걸 다행스럽게 느꼈다.


급경사의 짧은 하산길을 내려와 집 앞에 있는 산뽕나무의 열매 몇 알을 따서 입안에 털어 놓고 대문을 들어 섰다. 마당까지 따라온 날파리 떼를 손으로 쳐내며 시원한 지하수 물을 틀려고 손을 갖다 대려는 순간 여치 한마리가 마당 수도꼭지에 붙어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7월의 왕성한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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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등산하기(1)

일상의 발견 2007/07/11 18:05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홀로 등산을 하는 건 2002년인가 소백산을 다녀온 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단지 산행을, 아는 사람 없이 했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산을 홀로 고즈넉하게 다녀온다는 거 아주 새삼스러운 독특한 경험이다. 양평의 용문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으로 우리 집의 뒷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능선을 택해서 다녀왔다. 약 한 달 전쯤 어머니를 따라서 익혀둔 산길을 홀로 가 본 것이다. 혼자 산을 가면 여러모로 다른 상황이 된다.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 스스로의 페이스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무슨 구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해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시간이 갈 수록 힘이 빠지게 된다. 아무래도 혼자 가게 되면 오버 페이스를 하기 마련이다. 누가 쉬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발걸음도 빨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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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뒷산의 등산코스는 산 초입에 난 임도를 따라 시작된다. 자동차 두 대는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약 1km 정도 완만한 경사 길로 뻗어 있는 길이다.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이 길가에는 산딸기가 유난히 많다. 난 산딸기가 이토록 흐드러지게 많이 달려 있는 숲을 본 적이 없다. 워낙 깊숙하게 들어온 오지의 길이라 그런 것 같다. 북한산 어딘가라면 진작에 누군가 다 따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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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길이 끝나면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등산로로 들어서게 되고 여기서부터 능선을 타면서 산봉우리를 몇 개 거쳐 우리집 앞인 소주골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능선을 타기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첫번째 봉우리인 헬기장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단번에 경사를 올라가며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았다. 너무 의욕에 넘쳤나 싶게 시작부터 빨리 가느라 무리를 한 것이다. 봉우리 정상에 일단 주저 앉아 물을 마시고 숨을 여러 번 골랐지만 다리에 벌써 힘이 빠진 걸 느낀다. 한동안 너무 운동을 안 했다. 운동부족을 절실히 느끼면서 반성해본다. 멀리 용문산 정상의 관측소가 제법 가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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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위에서 만난 마지막 산딸기가 유난히 탐스럽게 느껴졌다. 이후로 돌아오는 능선길부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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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내리막길과 오르막 경사길을 반복하며 능선을 따라가는데 오버페이스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다리에 기운이 계속 없었다. 날씨가 더운 날이라 태양의 기운이 다소 쳐진 늦은 오후에 출발했건만 땀이 비온 듯 흐르며 목이 타는 듯했다. 어머니 따라 산길을 가며 이런저런 풀과 나무에대한 설명을 듣느라 고개는 땅을 향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갔던 길인데, 내눈에는 다 똑 같이 생긴 풀과 나무라 기억을 되살려보려 해도 안된다. 산초나무나 산동백같은 게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하고 둥굴레 풀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것저것 비슷해서 헷갈리기만 한다. 능선 중간 해가 잘 안드는 곳인지 두터운 이끼가 덮여 양탄자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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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에 나온 철갑을 두른 것 같은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요즘 소나무가 솔잎혹파리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곳 산의 소나무는 한눈에 봐도 튼실한게 건강해 보였다.

우리나라 여느 중부지방의 식생과 다름없이 흔한 참나무도 아주 많은 산이었는데 코르크를 만드는 두터운 껍질의 참나무가 많았다. 오른쪽의 사진은 보통 많이 보는 참나무이다. 왼쪽의 두터운 껍질의 참나무와 비교해보면 같은 참나무임에도 전혀 다른 모양임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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