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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다슬기국 - 밀양 상동면 진아식당

일상의 발견 2007/11/16 21:35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대구에 내려갔다가 밀양을 들릴 일이 있었다. 대구-부산간의 민자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밀양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깊은 산골이었던 것 같다. 얼음골, 표충사가 유명하고 사자평 억새밭을 가고픈 등산객 들에게나 가끔씩 회자되는 곳.

이곳을 지나치다 보니 밀양 영화 촬영지라고 소개되는 백년 넘은 울창한 소나무 숲도 눈에 띈다. 밀양과 청도의 경계 지점에 작은 시골 기차역이 있고 그 주변이 적은 가구의 동네가 형성 되어 있는 마을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동면이다.

거기에 오늘 내가 소개하고 픈 맛집 '진아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인 올갱이나 올뱅이로 잘 알려졌지만 표준말로는 다슬기의 맛집이 거기 있다. 본디 충청도에서 많이 먹어 된장국 구수하게 푼 충청도 스타일의 올갱이국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남도 지방 역시 지리산 자락이나 섬진강을 중심으로 이의 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동인지 고둥인지 또는 그 독특한 발음인 고디라는 말을 쓰는데 밀양에가니 고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진아식당은 오래된시골 길가 점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주차장은 바로 옆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 좁고 길 건너 기차역 앞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편하다. 고즈넉한 시골 기차역 전 모과나무에 탐스런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동네 강아지가 식료품점 주인 아저씨 앞에서 재롱을 떠는 정겨운 모습을 보며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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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 들어가 함께 갔던 일행들과 고동국과 고동회를 시켰다.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 서초동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꿈을 키워가던 시절 사무실 건너편 충청도식 올갱이해장국 집에 자주 드나들며 투박한 이 요리를 즐겨 먹던 기억이 난다. 숙취 후 따스한 국물로 속을 가라앉히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 후 수년 전 소백산 등산을 위해 단양에 들렀다가 올갱이 해장국을 시켜 놓고 잔뜩 기대한 뒤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다슬기 특유의 향기와 고소한 그 예전의 맛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다슬기의 모양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맛도 느낌도 나지 않은 그 기억이다. 아무래도 중국산으로 냉동 가공되어 들어온 다슬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요새는 시골이 더하다는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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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진아식당은 그 작고 보잘 것 없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때문인지 쉴새 없이 손님이 들고 나갔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 들이 많았다. 여기는 수입산을 쓸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고동회가 먼저 나왔다. 다슬기를 삶아 무친 것이니까 말이 회이지 사실은 무침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하나를 들어 먹어 보았다. 오동통한 다슬기 살이 입에 씹히면서 삶아서 깐지 얼마 되지 않은 다슬기의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오래 전 여름밤 가족이 둘러 앉아 이쑤시개 며 바늘이며 들고 앉아 까먹던 그 맛이 기억난다. 다슬기 요리가 비싼 이유는 이러한 다슬기가 요즘 급속히 줄어 잡기도 힘든 데다가 바로 이렇게 까야 하는 공임값이 더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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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먹고 있으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슬기 삶은 물이라고 하며 컵에 푸른 빛이 도는 물을 주고 간다. 간에 좋고 약으로 다려 먹는 거라는 말에 단숨에 들이켰다. 별 맛은 없었고 그냥 심심하면서 끈끈한 그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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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고동국이 나왔다. 일단 된장을 전혀 쓰지 않아 충청도 식과는 전혀 달랐다. 부추와 콩, 들깨 같은 걸 쓴 것처럼 느껴져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에 고소한 뒷맛이 느껴진다. 처음 느낌은 너무 부드러워 오히려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한숟갈씩 먹다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쳐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마지막 한 숟갈을 아쉽게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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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청도, 밀양을 한 번 다녀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 청도의 지천으로 널린 감나무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풍성한 마음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감을 그자리에서 따서 파는 걸 사는 재미도 추가 보너스다. 그리고 밀양으로 넘어와 그야말로 향토색 진한 맛과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고동국을 먹는 것도 즐거움을 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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