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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2/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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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책 읽기에 대해 새로운 영역과 방법 등을 접할 수 있어 나의 영감을 자극하여 독서열을 불 지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즐겨 찾는 테마이다. 늘 꾸준히 인기를 끌며 출간되는 주제인 걸보면 이는 나만 느끼는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
침대와 책을 쓴 정혜윤(CBS의 PD이기도 하다)이 또 하나의 책 시리즈 책을 펴내고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난 이 책을 오로지 표지 사진보고 샀다. 한가득 책이 꽂힌 서재 앞에서 물끄러미 책들을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에서 책과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얘기를 풀어나가는 다소 현학적인 분위기와 책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많은 책을 접했다고 자랑하는 듯한 묘한 느낌의 차이가 마음에 썩 들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높이 꼽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많은 영감을 이끌 어 낼 것 같은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비록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 없을 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구성상 유명인사들중 소위, 작가가 엄선한 열독가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인터뷰하면서 여러 분야의 주제를 짚어가고 있다. 즉, 다양한 영역에 걸쳐 책을 진하게 읽은 결과가 만들어낸 밀도있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언급하는 그 무엇들 중의 하나가 독자의 경험과 고민과 잠재의식 속의 어떤 것이든 건드리기 쉽기 때문이라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고의 책은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하필 이 부분을 읽는 중 다자이오사무의 만년을 사서 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섹션을 읽었는데, 온통 한 문장으로만 된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내가 앞의 글을 읽고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면 다자이오사무의 책의 시작 부분에서 제 맛을 못 느끼고 좌절했을 것 같다.

 

이진경씨의 섹션에서 푸코의 유명한 책 광기의 역사를 소개하며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바보 배가 나온다. 바보가 정말 바보같이 나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왜 이리 가슴이 찡한지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멍하니 벌린 입과 그 표정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다.

 

신경숙씨의 섹션에서 그가 잘 읊는 서정주의 시,’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가 나오는데, 시의 내용이 잔잔히 와 닿아 두고두고 남는다.

 

그 애가 샘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 위에 이고 오는 것을 나는 사잇길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 물방울이 그 애의 이마에 들어 그 애 눈썹을 적시고 있을 때는 그 애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지만, …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조심해 걸어와서 내 앞을 지날 때는 그 애는 내게 눈을 보내 나와 눈을 맞추고 빙그레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아마 그 애는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을 수 있을 때만 나하고 눈을 맞추기로 작정했던 것이겠지요.’

 

나는 어떨 때 엎드려 꼼짝도 안하고 있을 까? 물이 자꾸만 엎질러질 때 그런 것 같다. 한 방울도 안 흘린다면 자랑스레 쳐다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마지막 부분 박노자편에서 John William Waterhouse 1891년에 그린 율리시즈와 싸이렌이라는 그림이 나온다. 오디세우스가 무수한 난파선과 암초사이에서 싸이렌(우리가 아는 싸이렌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나온말이리라)이라는 요괴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결박한 채 항해하는 장면은 영화 율리시즈커크더글라스가 어슴프레한 바다를 헤쳐 나가며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늘 머릿속에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런데 워터하우스의 이 그림을 보면 어슴프레, 희미함 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색감과 현장감 넘치는 그림은 너무도 실제같아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피의 취재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고 노를 젖는 이들의 모습까지 눈에 확 띄는 실감은 컴컴한 바다에서 고개를 가로졌던 커크더글라스 보다 분명 한 수 위였다.

책에 대한 열정, 책이 나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자극 받고 싶은 분에게 우선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꺼번에 읽어 치워야 한다는 강박도 느낄 것 없이 그저, 천천히 하나하나 넘겨가다 그 속에 소개된 어느 한 권에 꽂힐 수 있는 즐거움도 덤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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