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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즌1" 늦바람

무제 2007/07/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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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분명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주변 지인 몇몇이 24라는 미국 드라마에 푹 빠져서 온통 그 얘기만 하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거기 나오는 휴대폰 벨소리까지 똑같이 휴대폰 벨소리로 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기억이 난다. 난 그렇게 재미 있는 거면 꼭 봐야지 싶으면서도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길 때 제대로 몰두해서 재미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미루어 두고 있었다. 기회가 나면 보리라 싶어 얼마 전부터 하드디스크에 옮겨 담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주 출장을 가서 매일 저녁 시간마다 숙소에서 노트북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루 많게는 4편정도 적게는 2편 정도를 보며 제한된 실시간 드라마라는 특이하며 긴박한 묘미에 빠져들었다. 유행이라면 유행이겠지만 앞선 이들은 진작에 벌써 다 끝냈을 24의 시즌1을 나는 그렇게 보았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약간의 억지스러운 돌출 장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라는 생각과 함께 모처럼 긴 시간을 픽션에 투자했던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개인간, 조직간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정보기관을 묘사한 이 드라마의 중심을 꿰뚫고 흐르는 본질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주인공 잭바우어를 비롯한 가족, 기관의 동료들 모두 행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본업이랄까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이었으니까.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을 살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것을 커뮤니케이션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당연한 관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와함께 내가 종사하는 업종에 의해 그런 건지 몰라도 이동 중의 통신과 첨단 장비의 자연스러운 활용에 눈이 많이 갔다. 첩보 영화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부분이기는 하고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는 것이 첨단 장비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모습들이 007식의 우스꽝스런 과장이 아니게, 유난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는 지나치게 앞서간 첨단의 모습이 아니고 비교적 현실적이라 비단 정보 기관의 특수상황이 아닌 당장, 그리고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모습들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겐 이런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 자극적이었다. 필요한 동영상 파일을 검색하여 뽑아내고 차량을 타고 운전하며 전송받아 확인하고 상관에게 전송하여 보여주며 대화하는 모습이라던가.. GPS 기기를 가지고 상세한 위성 사진을 다운로드 받아 매핑하며 낯선 장소의 상세한 모습을 알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나아간다 던가하는 장면은 지금 또는 아주 가까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일들이니까...

 

이런 종류의 첩보 드라마가 다 그렇듯이 인명의 살상 장면이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청자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자극하기 위해 악당을 만들 방법은 잔인한 살인자로 묘사하는 게 가장 쉽지만 단역 배우들이 소모품처럼 쓰러져 가는 무고한 희생장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통해 나도 모르게 총 끝에서 점점 그리고 너무나도 가벼워지는 인명의 무게를 느낀다. 이런 화면이, 조용할까 싶으면 터지는 미국 내 총기 사건을 유발하는 데 일조하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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