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둠의 심연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8/29 21:49'Joseph Conrad'의 "어둠의 심연 (원제; Heart of darkness)"을 읽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 유명한 책이다. 사실 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제대로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전부터 그 영화가 인간 내면의 사악함을 얘기한다는 해설에 대해서 들었고, 나는 여기에 대해 어떤 이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난해한 얘기군! 하고 말았던 것 같다.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몇달 전 "마의 산"을 읽은 '을유 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골랐다. "마의산"을 워낙 잘 읽은 탓에 그 시리즈가 왠지 내공이 있어 보였고 그만큼 번역이나 제본의 충실도를 신뢰하기 때문이리라.
문명의 인간, 그 중에서도 지식인이자 인격자로서 충분히 인정받아온 인격자(심지어는 친한 이들에게서 추앙받을 정도까지)가 아무도 없는 비 문명 상태에 던져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인격자로서의 품위?와 도덕성을 유지할 것인가?
문명과 도덕, 인격의 가벼움과 본질적인 허망함, 인간 본성이 얼마나 간단한 과정과 이유로 본디 그래야만 한다는 소위 당위성에서 쉽사리 무너져 내리는지 얘기를 하고 있다.
야성, 야만이 우리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표면에 떠올라 발현될 수 있는 준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글쎄, 나도 그럴까?
이 책을 읽은 후에 비로소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콩고강 깊숙한 상류로 들어간 대령의 야만성이 무엇을 얘기하는 건지 얼핏 알게 된 것 같다.

본문의 내용을 몇가지 인용한다.
홀로있는 순간에, 지켜보는 경찰이 없는 절대 고독의 순간에, 정적의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속삭여 줄 친절한 이웃의 경고 목소리가 없는 절대 정적의 순간에,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는 발길이 태고의 어떤지역으로 사람을 인도할 것인지 자네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네,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자신의 타고난 힘에, 헌신할 수 있는 자신의 힘에 의존해야 하네
철저한 야만성이 그를 포위해버린 것일세, 숲속에서, 정글에서, 미개인의 가슴엣 꿈틀거리는 야성의 신비한 생명이 말일세,..... 하지만 거기에는 그의 마음에 호소하는 매혹적인 힘이 있기도 하지, 혐오스러운 것이 뿜는 매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