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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승무원"씨

일상의 발견 2007/06/22 09:05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에서 그리는 묘한 "친절함"의 분위기. 역설적으로 이영애라는 깔끔한 이미지의 배우를 통해 더더욱 처절하고 무서운 친절함이 되버렸지만, 난 이걸 연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을 모 항공사의 국내선 탑승시 경험했다. 내가 항공사의 이름을 안 밝히는 이유는 그 발단의 상황을 내 자신이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절함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강요된 분위기.

 

얼마전 서울에서 지방 가는 아침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평일의 비교적 이른 시각이라 많은 이들이 업무차 내려가는 것 같았다. 탑승이 모두 끝나고 신문을 보며 출발을 기다리는데, 예정 시각보다 십여분 지났을 까? 기내 방송으로 보안상의 이유로 모두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승객 여러분을 위한 것이니까 협조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처음 겪는 일이라 약간 놀랐지만, 다들 조용히 지시에 따라 모든 소지품을 다시 들고 일어 서서 일사불란하게 게이트를 빠져 나갔다.

그런데, 그 때 나이가 지긋한 신사분이 입구로 가더니 항의를 하며 승무원과 실랑이를 하게 되었다. 옆에서 들으니 내용인 즉, 그 분이 옆에서 목격한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었다. 탑승시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승무원의 안내가 지연되어 서서 기다리던 어떤 승객이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승무원에게 따지 듯 얘기를 하며 자기가 심장이 안 좋으니 자기를 힘들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 때 승무원이 잠시 있다가 심장이 안 좋으면 비상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탑승할 수 없다고 내려 달라고 했다는 것인데... 당연히 승객은 내리길 거부했고... 이를 강제로 진행시키기 위해 전원 내리는 조치를 내리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항의하는 아저씨를 비롯해 주변에서 그 과정을 목격한 몇몇 분들이 그 당사자와 얘기를 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지 나머지 승객 모두를 보안상의 이유라고 내리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물론 이 조치로 인하여 출발이 약 1시간 정도 지연되었고 출장차 가는 많은 승객들이 약속을 연기하는 등 연락을 취하느라 소동이 벌어졌다.

 

나는 당시 처음 벌어진 상황을 옆에서 보지 않았고 나와서 이말을 전해 듣기만 했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보는 당황스런 상황은 그 다음부터였다.

 

항공사 측 담당자는 항공법, 규정 등을 내세우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론 규정이 있을 것이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발단이 어찌 되었건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다시 비행기를 탑승하고 승무원의 부서장이라는 사람의 안내 방송과 기장의 방송을 통해 설명이 줄 곳 이어지는 동안, 나는 그들이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박또박 들려오는 경고성 멘트(문제는 당신들에게 있었다는 투)와 죄송합니다(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상상을 해보시라 어떻게 이 말을 하면 전혀 반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인지...)와 협조에 감사하다는 상투적인말(어감이 아주 거만했다)로 반복되었다. 섬뜩한 어투의 해명을 아예 듣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걸 할 정도였다. 소란을 피웠는지 아니면 승무원의 비위를 상하게 한 건지 당사자인 승객이나 그 옆에 있다가 불편을 받은 승객이나 다 똑같은 취급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괜히 허튼 소리를 하거나 얌전히 말 잘 듣지 않으면 그나마 반복적으로 보여주던 친절의 가면 조차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경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전부터 승무원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습관적인 친절함이 금자씨의 친절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돌발 상황의 대처 능력도 문제이고 이를 제대로 못했다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마음이라도 보여줬어야 했지 않았을까?

 

법과 규정에 앞서 이를 적용하고 운영하며 진정으로 고객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아예 온 데 간 데 없고 강요한 침묵속에 불쾌해하는 승객들 사이를 겸연쩍어하며 미소로 달래려는 말단 스튜어디스들의 모습만이 애초롭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살짝 주고 간 컵케익. 꺼내서 한 입 먹으려다 다시 구겨서 봉지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고객의 충성도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왜 모를까? 그게 모두의 모습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한 직원의 실수나 행동이 아니었다. 조직이 보여주는 문화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이 만든 하나의 단면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내 맘은 씁쓸하기만 했다. 정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멤버쉽부터 바꿔버리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가 너무 작아서 항공사 선택의 폭이 좁은게 아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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