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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7/16 <맛집>나의 냉면 사랑- 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시리즈 0탄

손님!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일상의 발견 2008/12/30 22:04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갔을 때 두어번 듣고 많이 당황했던 말이다.

한번은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
십여년전 신림동의 과일과즙을 인공 조미료 대신 넣는다는 인기있는 함흥냉면 집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드나들던 냉면집이라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집이었다. 대여섯명 정도로 기억되는 일행이 함께 갔었고 모두들 냉면의 지존이라고 자신했고 나역시 내심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앉았다.
나는 양이 얼마안되는 함흥냉면 물냉면을 순식간에 거의 다 비워가고 있었는데...
함께 간 일행 중 몇이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며 맛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맛만 있구만.. 까다롭기는..' 하고 있던 참에 결국 종업원을 부르게 되었고,
잠시후 주방에서 주방장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나와 육수를 들고 마셔보기에 이르렀다.
대답은 아뿔싸!
"아이구 손님 죄송합니다. 중요한 양념 육수가 빠졌네요. 다시 만들어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거의 다 비운 냉면을 겸연쩍게 되물리고 한 그릇 서비스로 더 받아 먹었다.

또 한번은 얼마전 일명 별다방(스타벅스),
요즘 내가 그곳에 가면 즐겨시켜 마시는 건 블랙티 라떼다.
약속이 있어 모처럼 스타벅스에 들어갔고 약간 먼저 도착한 나는 나의 즐겨찾는 블랙티 라떼를 시켜들고 이층 창가에 앉아 책 한쪽이라도 우아하게 펴볼 요량으로 주문을 했다.
주문할 때면 의례 환경을 생각하는 투사?가 되어 경건한 눈빛으로 머그컵이요!를 외치던 나는 예쁜 크리스마스 빨간 종이컵에 끌려 아무 미련없이 투사의 자리를 벗어 던져 버리고 빨간 일회용 잔에 따끈한 블랙티 라떼를 받아 들고 기분좋게 이층으로 잽싸게 올라갔다.
창가의 빈자리를 찾던 나는 전망이 제일 괜찮은 자리를 발견하고 또다시 재빨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가방에서 문고본 하나를 빼들기 전 우선 라떼의 맛을 음미하느라 첫모금을 들이 마시고..
아주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딱 짓고 있는데...
뒤에서 내 라떼를 제조한 바리스터 같이 보이는 유니폼을 입은 여인이 헐레벌떡 올라온 표정으로
"손님, 방금 블랙티 라떼 시켜셨죠? 시럽하고 우유 배합을 잘못했거든요.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하며 탁자 위의 라떼를 싹 빼서 들고 가는게 아닌가?
그 사람이 미쳐 나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나의 재빠름과 만족스런 표정을 다시 주어 담을 수도 없는 무안함.
어정쩡한 표정으로 앉은 날 뒤로 하고 가는 그 바리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려운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보다 혼자 있을 때 그런게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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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나의 냉면 사랑- 평양식 물냉면 이야기 시리즈 0탄

일상의 발견 2007/07/16 13:35

나는 냉면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나의 냉면에 대한 입맛과 사랑은 오랜 시간 동안 다져지며 변해가며 발전해왔다. 내가 냉면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 다닐 때이다. 어머니와 가끔 다니던 한식집에서 면발 가느다랗고 쫄깃쫄깃한 함흥식 비빔냉면을 먹고 거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몇 번 물냉면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도무지 밍밍한 이 맛을 왜 찾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자장면이라던가 그런 것에 견주어 전혀 좋아할 수 없는 음식이었었다.


세월이 흐르며 세콤 달콤한 함흥냉면에 대한 기호는 비빔에서 물냉면으로 옮겨갔다. 대학시절 학교 근처의 함흥식 물냉면은 언제나 즐겨 찾는 단골 메뉴였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 있는 맛있는 함흥식 냉면 집을 줄줄이 꿰면서 먹으러 다녔다. 롯데월드 극장 옆 쇼핑몰 푸드코트의 냉면집과 신사역에 위치한 함흥냉면 집은 당시 나의 단골집이었다. 이후 신사역에 있는 냉면집이 없어지면서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동호대표 방면으로 가다가 있는 함흥냉면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십여년 전 어느 날 필동에 있는 냉면집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곳은 함흥냉면이 아니고 평양식 냉면을 하는 곳인데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북 강서 지방 출신의 분이 직접해오신 곳이라고 들었다. 감자전분을 주로 한 쫄깃하고 가느다란 면발로 양념의 맛을 주로 하여 먹는 함흥냉면과 달리 평양 냉면은 메밀을 섞어 굵고 면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점 등이 다르다. 그 집은 맛의 깊이가 차원이 다르고 이젠 대부분 칠순을 넘었을 실향민 세대 분들이 고향의 진정한 맛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좀 생소한 정통 평양식 냉면이라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냉면 맛있다면 발벗고 찾아 다녔던 터라 가보기로 한 것이다. 필동 면옥의 냉면에 대해서는 별도로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난 그 뒤로 평양식 물냉면의 맛에 사로 잡히고 말았다. 굵지만 평양냉면 특유의 구수함과 감칠맛 나는 면발은 그 맛의 깊이가 함흥냉면의 그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이후로 십 년 넘게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평양 물냉면의 맛을 보고 내 나름대로의 랭킹을 만들어서 재미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발표하곤 한다.
이제부터 가끔씩 나의 냉면에 대한 얘기를 하나씩 연재하게 될 것이다. 냉면, 그 중에서도 평양식 물냉면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글들이 도움이 되고 또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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