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책꽂이 들여다보기 2009/09/26 23:26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자신의 체험을 박력있는 문체로 나타내는 데 특별한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재료가 되는 그 내용, 즉 그녀의 경험 자체가 더 없이 강렬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월간지 GQ의 기자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다소 현란하고 과장되었다고 느낄 정도의 말솜씨가 그러한 배경의 훈련 탓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선입견 일까...
처음 읽기 시작했다가 서두가 너무 여성 편향적인 느낌이라 흥미를 잃어 중단했었다.
하지만 문득 편하게 다시 읽혀질 것 같아 집어 들고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혼의 고통을 안고 길을 나선 저자는 이태리에서 먹기, 인도에서 기도하기, 발리에서 사랑하기를 차례로 경험한다. 위의 책표지 디자인이 함축적으로 그것으로 나타내고 있다.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원전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다. 디자인이 참 잘된 책표지다.
살면서 문득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에 와 있는 걸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고통스런 이혼은 그런 순간에 시작된 것이다. 이혼의 소송과 극한의 대립을 거치면서 환멸을 느낀 저자는 마음이 망가질만큼 망가지고 떠남을 결심하게 된 것인데 여기까지는 그리 크게 와닿는 느낌은 사실 없다. 더구나 첫 코스인 이태리에서의 나날은 그런 고통에대한 치유의 시간으로서 소소한 일상 들의 묘사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아마도 이쯤에서 내가 읽기를 멈추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매우매우 여성 취향 중심적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기도하기 부터였다고 봐야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깨달음의 시간...
이었지만 더 없이 소중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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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고통의 그늘에서 벗어나 점점 건강한 영혼을 찾아가는 여정으로서 시작은 신변잡기적인 에세이같지만 마무리는 구도자의 책같은 느낌이 들어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걸 다 섞어 놓은 듯한 상업적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충분한 성찰 속에 내용이 깊이가 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아주 좋은 말들을 따분하지 않은 시원시원한 문체와 쉬운말로 와닿게 잘 써놓고 있다. 가슴깊은 경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들이다. 정말 잘 쓴 글이라는 말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나는 그게 그의 유일한 옷이라는 걸 깨달았다. ... 왜 이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그토록 감동하는 걸까? 너무도 광채가 나서 마치 은하수로의 긴 휴가를 마치고 방금 돌아온 듯한 그 얼굴"
저자가 요가 수련을 하려고 방문한 인도의 수련장에서 마주친 소년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문득, 욕심없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삶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탐욕이 가져다준 번민, 끊임없는 가식...
문득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이외에 내가 밑줄 긋고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본문 내용들이다.
"신앙심이 독실한 사람들은 어떤 보답을 받게되리라는 보장도 없이도 의식을 수행한다. 신앙은 확신없는 근면이다. 우리들 중 누구도 그 결말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신념이란 어둠을 향해 정면으로, 전속력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신념이 이성의 영역이라면 그건 신념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신념이란 보거나, 증명하거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다."
"운명은 신의 은총과 의식적인 자기 노력 사이의 놀음이다. 운명의 절반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절반은 완전히 우리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이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은 단순한 신의 꼭두각시도 자기 운명의 완벽한 지휘관도 아니다. ...
우리는 빠른 속도로 나란히 달리는 두 말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서커스 곡예사처럼 정신없이 살아간다. ...
운명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지만, 반면 내 사법권 안에 속하는 것들도 있다. 나는 분명 복권을 살 수도 있고, 시간을 어떻게 쓸지, 누구와 만날지, 무엇을 먹고, 읽고, 공부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인생의 불행한 환경을 저주로 받아들일 것인지, 기회로 받아 들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말할 때 쓰는 단어와 목소리와 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 ...
하루 종일 내 생각을 바라보고 검열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난 더 이상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의 항구가 되지 않을거야' ...
더 이상 혹독하고 독설적인 생각은 이 항구에 들어올 수 없다. 여기는 평화로운 항구이며 이제는 오로지 평온함만이 피어나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유일한 통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행복을 일종의 행운, 운좋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
행복은 그런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행복은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행복을 얻기 위해 싸우고 노력하고 주장하고 때로는 행복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기도 해야한다.
자기 행복의 발현을 위해 무자비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 행복의 상태에 도달했으면 그것을 유지하는 걸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슬픔과 고난은 불행한 사람에 의해 생겨난다. 내 인생의 불행한 사건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과 괴로움,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자기 방어적이고 나만 이롭고자 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비로운 선물이기도 하다. 우리의 불행을 깨끗이 털어내는 것은 곧 우리의 임무를 마치는 것"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정의하는 말을 듣고, 이 말들은 거기에 수반되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데, 그 감정은 끈에 묶인 개처럼 우리 주위를 맴돈다."
"떡갈나무를 탄생시킨 것은 동시에 두가지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첫째는 나무의 시발점이 되어준 도토리다. ... 다른 힘은 어서 빨리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마음에 도토리를 도와주는 미래의 나무... 떡갈 나무가 탄생한 도토리를 창조한 것은 다름아닌 떡갈나무 자신. ...
더 젊고 더 혼란스럽고, 더 힘들었던 그 기간동안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던 나를 끌어 당겨 주었던 건 이 행복하고 균형잡힌 나 ... 어서와 여기서 나를 만나자 라고 말해준 더 나이든 나는 미래의 떡갈나무.
4년 전 한밤중 욕실 바닥에서 흐느끼던 젊은 ... 나의 주위를 맴돌던 상냥하게 속삭였던 건 지금의 완전하게 발현된 나"
정말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이 훨씬 밝아질 수 있음을 느꼈다.
밝은 책을 더 읽고 싶다.
마음이 밝아지는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한다.



